[과학강국, 인재에 달렸다]〈2〉중국 '과학굴기' 뒤에 '원사' 예우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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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산업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연일 괄목할 성과를 내놓는다. 미국, 러시아(구 소련)에 이어 세계 세 번째 달 착륙에 성공했다.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착륙도 추진 중이다.

불과 3년 전 존재가 확인된 힉스입자 연구에도 적극적이다. 2020년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를 완공한다. 힉스입자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장비보다 두 배 크다. 자국 과학자의 노벨과학상 수상(투유유 중의과학원 수석연구원, 2015년 생리의학상)도 우리보다 앞섰다.

중국의 '과학굴기' 뒤에는 과학 인재를 중시하는 정책과 문화가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과학기술 유공자를 최고 수준으로 대우하고, 과학자는 본분을 잊지 않는 '자강불식' 태도가 선순환을 이뤘다.

전통의 과학 강국인 미국, 유럽 등 서양 국가도 유서 깊은 예우 전통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 과학자 명예를 높이고, 전문성과 경험을 교육과 사회 공헌에 활용한다. 우리나라도 국정과제로 과학자 예우 개선책을 마련, 하반기 시행을 앞뒀다.

주목받는 중국 과학자 예우 정책으로 '원사(院士)' 제도가 꼽힌다. 중국과학원이 선정하는 원사는 일생의 영예로 인식된다. 최고 권위 종신 직책이다. 2년에 한 번,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뽑는다.

정부는 이들에게 부부장급(차관급) 대우와 예우를 제공한다. 원사는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소속 기관에서 연구할 수 있다. 연구비도 지원받는다. 공식 모임, 행사 때는 상석에 앉는다. 연초 국가 최고 지도자가 원로 과학자를 예방하는 전통도 있다.

중국 정부는 과학 인재 양성, 예우 정책을 확대하는 추세다. 2012년 '만인계획'으로 불리는 '국가고급인재 특별지원계획'을 마련했다. 리더급 과학 인재에 '국가 특수 지지 인재' 칭호를 수여한다. 최대 100만위안(약 1억6000만원) 특수 지원비를 지급한다. 주식, 퇴직연금 등 인센티브도 있다.

원사 선발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신규 원사에게는 '공인 의식'이 요구된다. 중국과학원은 원사 칭호를 부여할 인재가 없으면 차라리 선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신규 원사는 원사 증명서를 수여받는 동시에 현장에서 책임과 규율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한다.

중국과학원은 원사가 반드시 최고의 학술 수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과학기술계 일원으로써 본분을 다하도록 독려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고, 사회 활동에서 신중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박성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중국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 최근 급격히 발전한 데는 과학기술의 기여가 컸다”면서 “과학기술 발전의 뿌리, 원동력에는 원사 제도로 대표되는 과학자 예우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유럽은 사회·문화 차원 예우 전통이 강하다. 프랑스는 국가 행사에서 고위직 관료보다 과학한림원 회원을 상석에 배치한다. 스웨덴은 한림원 회원이 입장할 때 왕실이 기립한다. 매년 12월 독일 대통령이 시상하는 독일미래상은 공영TV가 방송한다. 프랑스 마리퀴리 거리, 아인슈타인 거리, 폴란드 코페르니쿠스 거리 등 주요 거리·시설에 과학자 이름을 붙였다.

고경력 과학 인재 활용은 미국과 일본이 모범 사례다. 미국은 초·중·고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mmatics) 교육에 은퇴·고경력 과학자를 보조교사로 투입한다. 일본은 2002년부터 고경력 과학자가 연구개발 과제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기업 수요조사, 연구성과 사업화 등에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자 예우 개선을 법제화하며 '과학자 기 살리기'에 나섰다. 2015년 12월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법 시행을 위한 '제1차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계획'을 지난 6일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의결했다.

우수 업적을 남긴 과학자를 '과학기술유공자'로 지정, 예우·의전, 복지·편의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과학기술유공자는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에서도 우대받는다. 기업 멘토링, 국가 연구개발 과제 발굴·평가 참여도 유도한다.

올해 하반기면 첫 유공자가 나올 전망이다. 자연, 생명, 엔지니어링 3대 분야 11개 세부 분야에서 후보자를 심사한다. 제도가 정착되면 우리나라에도 과학기술인이 존중받는 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도 첫 시행인 만큼 공정한 선정 심사가 당면 과제다. 15인 이내 심사위원회, 분야별 30인 이내 전문위원회가 예비·본심사, 최종심사, 공개검증·지정 4단계 절차를 수행한다. 마지막 공개검증 단계에서는 홈페이지에 후보자를 공개, 대국민 의견 수렴까지 거친다.

박 교수는 “과학기술유공자 제도가 연속성과 가치를 가지려면 정치성이 지나치게 개입되는 것을 막고 학계와 민간의 권위,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주요국 과학기술인 예우·우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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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