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성장 한계 대형마트..."변해야 산다"

[이슈분석]성장 한계 대형마트..."변해야 산다"
롯데마트 양평점
롯데마트 양평점

대형마트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 합리 가격과 다양한 상품 구색을 내세우던 것에서 벗어나 쇼핑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체험형 매장'과 특화 서비스 제공으로 차별화가 시도되고 있다. 또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새로운 유통 서비스를 선보이며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장기화된 소비 침체, 온라인 쇼핑몰 공세 등으로 성장이 답보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 양평점
롯데마트 양평점

◇1·2세대 거쳐 3세대 대형마트로 진화

'3세대 마트'라 불리는 오늘날 대형마트는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더 값싼 상품은 온라인에서 찾는 대신 대형마트에서는 장난감을 시현해 보고 직접 옷을 입어 보는 등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며 쇼핑 자체를 즐기는 색다른 경험에 몰입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경험에서 한 발짝 진화해서 쇼핑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힐링'을 콘셉트로 한 매장도 등장했다.

대형마트는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최대한 많이 구비해서 최저가에 공급하는 것'을 콘셉트로 등장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유통채널 숫자가 많지 않아 전 분류 상품을 되도록 많이 구비, 최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동네 슈퍼에서 한정된 물건을 구매해 오던 소비자들은 화려한 상품 구색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1세대' 대형마트에 열광했다.

실제로 2000년 10조6000억원 수준이던 대형마트 시장 규모는 2003년 19조200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백화점 시장 규모(17조2000억원)를 넘어섰고, 2008년에는 3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대형마트 사업 경쟁이 심화되기 시작하자 대형마트 업체들은 자사브랜드(PB) 상품, 단독 상품 등을 활발하게 출시하며 차별화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상품 선택 가치를 제공하는 '2세대' 대형마트 정체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에 시작된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소비 심리 위축 및 온라인 쇼핑몰의 폭풍 성장세 등을 이유로 가격·상품 경쟁력 등 기존의 대형마트 장점은 빛을 바랬고, 매출 성장세도 둔화됐다. 2014~2015년 대형마트업계는 2년 연속 매출 39조원대에 머물며 40조원 벽을 넘지 못했다. 이 기간의 대형마트 성장률은 0.3~1.6%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일렉트로마트
일렉트로마트

◇신기술 혁신 나선 대형마트

성장 한계에 부닥치자 대형마트는 변화를 시도했다. 단순히 '공급자 중심의 진열된 상품을 구매하는 쇼핑 공간'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벗고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관찰, 역으로 새로운 생활을 제안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큐레이션 개념을 도입한 '3세대' 대형마트를 선보인 것이다.

O2O서비스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서비스로 소비자 공략에도 나섰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시간이 없거나 상품 수령을 위한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마트는 2014년 8월 업계 최초로 O2O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이마트앱을 선보인 이후 지난달 O2O 서비스 4종류를 추가, 고객들의 쇼핑 편의를 돕고 있다. 바코드를 스캔하면 상품 정보와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캔하고 정보 보기'를 선보이며 매장 위치에 따라 카테고리에 맞는 할인 정보나 쿠폰을 제공하는 신규 O2O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구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상품을 대상으로 바코드 스캔만으로 집까지 배송해 주는 '스캔 배송'과 더불어 계산대 입장 때 모바일 포인트카드가 자동으로 열리는 등 위치 기반을 활용한 지오펜스, 비콘 서비스를 성수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이 서비스 시행 점포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홈플러스 풋살장
홈플러스 풋살장

총 6개 옴니채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옴니채널 서비스 이용 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129.5%) 신장했으며, 이 기간에 드라이브 앤드 픽 서비스를 도입한 중계점의 경우 이용자가 3배 이상(223.4%) 늘어났다. 롯데마트의 O2O 서비스인 '스마트 픽'의 경우 매장 픽업, 드라이브 앤드 픽, 렌터카 스마트 픽, 스마트 스캔, 주유소 픽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 픽업 서비스는 온라인과 모바일 상 롯데마트몰에서 주문 후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별도의 쇼핑 과정 없이 구매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전국 95개점에서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달 SK플래닛의 O2O 서비스를 활용해 기존의 홈플러스 멤버십, 쿠폰, 포인트 혜택 등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대형마트는 좀 더 세분화된 고객 맞춤형 O2O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온·오프라인 간 경계를 허무는 유통 혁신 사례 등을 창출하며 신규 서비스 개발에 열중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침체된 대형마트의 부활 돌파구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기대하는 새로운 생활'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서 “온라인 쇼핑몰과 차별화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