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최악의 조선불황...'희망' 찾기위해 싸우는 中企

“완전 최악이라, 이 근처 공장 절반은 문을 닫았고 딴 데도 언제 자빠질지 몰라. 옛날은 지나가는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닌다 했는데 인자 기억도 안납니더.”

[르포]최악의 조선불황...'희망' 찾기위해 싸우는 中企

2일 경남 통영시 도산면에 위치한 청암산업은 굉음을 내는 절삭기계음 대신 고요함만 느껴졌다. 공장 앞 가득 쌓여 있어야 할 강판 더미는 현재 상황을 반영하듯 드문드문 흩어져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흔적만을 나타냈다. 정연면 청암산업 대표는 “우리는 대기업 1차 협력사지만 공장가동률이 30%내외로 축소 됐다”며 “2차, 3차 협력사는 우리보다 더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암산업은 해양·상선 외부와 내부 사이에 들어가는 보강제를 절삭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조선산업 침체는 청암산업에 그대로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 10월 49명이었던 공장인력은 올해 1월 37명까지 줄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공장을 돌릴 물량은 지난해 12월 1702톤 이후 올해 1월 964톤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감소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달부터는 공장 인력을 19명 이하로 운용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과거에는 작업자를 찾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남은 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며 “다시 올 경기호황을 기다리며 지난 2015년부터 공장자동화와 절삭기계 수출 등 다양한 수익원을 찾으며 희망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조선해양산업은 2008년 호황기를 지나 현재는 최악의 불황기에 진입해 있다. 해양플랜트는 고유가 영향으로 2010~2013년 호황기를 거쳤지만 저유가 기조와 함께 곤두박질 쳤다. 조선해양분야 글로벌 리서치 IHS페어플레이에 따르면 2009년 글로벌 선박 수주잔량은 1억5195만CGT를 기록한데 이어 꾸준히 하락해 2012년 8867만CGT까지 떨어졌다. 이후 9000만대 CGT를 유지하고 있을 뿐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르포]최악의 조선불황...'희망' 찾기위해 싸우는 中企

칸정공은 청암산업보다 그나마 상황이 낫다. 선박, 해양플랜트 등 철 의장품을 가공하는 업체지만 일찍이 알루미늄 소재 등에 투자해 새로운 시장변화에 대응했다. 레저용 선박, 해경·군경 선박이 최근 환경문제 등으로 알루미늄 소재 선박으로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엔 스마트 가로등을 개발해 뉴질랜드와 호주에 샘플을 만들어 보냈다.

박기태 칸정공 대표는 “전통적인 사업으로는 불황을 이겨내기 어려워 알루미늄선박, 스마트전등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고 있다”며 “조선업계가 다시 힘을 내기위해 기존 공정과 새로운 영역에 대한 투자를 감행해야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조선업 투자를 꺼려한다”고 설명했다.

[르포]최악의 조선불황...'희망' 찾기위해 싸우는 中企

금융권은 조선업 불황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기존 투자까지 중단했다. 이미 투자한 금액은 회수하거나 금리를 인상했고 새로운 투자는 끊겼다. 칸정공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6억5000만원 대출이 아니었다면 새로운 투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박 대표는 “중국이 조선강국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최근 주목받는 LNG, LPG컨테이너 선박은 세계서 우리나라가 가장 잘 만든다”며 “조선산업은 장치사업이기 때문에 선박의 교체시기가 도래하는 내년 많은 인프라가 갖춰진 국내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