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국내 첫 세계암호학회 석학회원 된 김광조 KAIST 교수

김광조 KAIST 전산학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김광조 KAIST 전산학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암호 분야에서 성공하는 길은 노력뿐입니다. 후배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데 남은 여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지난 3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계암호학회(IACR) 석학회원에 선정된 김광조 KAIST 전산학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는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면서 “후배와 제자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고스란히 성과로 이어지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32년간 암호분야에 헌신해 온 인물이다. 암호 분야 연구가 처음 시작된 1980년대부터 ETRI에서 관련 연구에 매진했다.

무선 라디오에 보안 체계를 확립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축적된 기술과 정보가 전혀 없었다. 1983년 UN이 개발도상국에 3개월 동안 통신 분야를 가르치는 교육에 참여한 게 전부다. 암호에 쓰이는 수학 개념도 확립되지 않아 대학 교수들의 특강을 요청할 정도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뭘 공부하고 연구해야할지도 모르는 시절이었습니다. 그나마 해외 교육을 받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겨우 문맹 수준을 벗어났습니다.”

대안은 노력하는 것밖에 없었다. 외부 도움을 받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결국 김 교수는 독학에 가까운 치열한 연구에 매진해야만 했다. 해외 교육에서 받아온 책을 교재삼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32년을 노력으로 채웠다. 설계자, 공격자가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암호 분야라 특히 그랬다.

힘들었던 과거 때문인지 김 교수는 해외 개발도상국에서 교편을 잡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2012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칼리파과학기술연구대학(KUSTAR)에서 방문교수 생활을 했고, 2013년에는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ITB)을 거쳤다.

잦은 해외 생활 와중에도 연구는 계속됐다.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 논문을 80건 이상 발표해 2만건 이상의 피인용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처음 적용된 '인터넷 투표 시스템'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런 성과들이 그를 명망높은 IACR 석학회원으로 만들었다.

앞으로는 석학회원으로 활동하면서도 KAIST에서 후학을 위한 교육을 지속, 학생들의 능력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터'와 암호 해제기술에 대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석학회원까지 됐는데 왜 그리 열심히냐고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면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