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과 색깔 바뀌는 '하이브리드 탄소 구조체' 개발... 김병수 UNIST 교수팀

하이브리드 탄소 나노 구조체를 용매에 녹인 상태(아래). 여기에 자외선을 비춰 형광을 확인한 사진(위). 양자성 용매에 녹이면 파란색 형광, 비양자성 용매에 녹이면 초록색 형광이 나타난다.
하이브리드 탄소 나노 구조체를 용매에 녹인 상태(아래). 여기에 자외선을 비춰 형광을 확인한 사진(위). 양자성 용매에 녹이면 파란색 형광, 비양자성 용매에 녹이면 초록색 형광이 나타난다.

용매에 따라 모양과 색깔이 달라지는 탄소나노물질이 개발됐다.

김병수·권오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팀(이하 김 교수팀)은 그래핀에 탄소나노링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탄소 구조체'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구조체는 용매 특성에 따라 2차원 판상이나 3차원 구 모양으로 변하고, 이 모양에 따라 형광 특성도 달라진다.

물질은 빛을 받으면 특정한 색을 내뿜는 데 이 현상을 형광이라 한다. 그래핀 같은 탄소나노물질은 빛을 받으면 파란색 계열 형광을 띤다.

파란색 형광은 세기가 약해 센서나 광전자 소자 등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탄소 구조체는 용매에 따라 파란색부터 주황색까지 여러 가지 색으로 형광 성질을 조절할 수 있다. 탄소나노물질의 응용 분야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팀은 그래핀 표면에 탄소나노링을 붙여 하이브리드 탄소 구조체를 만들었다. 탄소나노링은 용매의 종류나 특성에 따라 다른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에 따라 형상과 광특성도 달라진다.

하이브리드 탄소 나노 구조체를 개발한 김병수 UNIST 교수팀(왼쪽부터 권오훈 교수, 최유리 박사, 김 교수)
하이브리드 탄소 나노 구조체를 개발한 김병수 UNIST 교수팀(왼쪽부터 권오훈 교수, 최유리 박사, 김 교수)

탄소나노링은 다른 물질과 결합할 수 있는 분자(기능기)를 갖고 있다. 양성자성 용매와 만나면 쉽게 수소결합을 이뤄 안정화된 평면(2D) 구조를 지니게 된다.

양성자를 받을 수 없는 비양성자성 용매와 만나면 탄소나노링 내에 있는 기능기끼리 수소결합이 이뤄 안정화된다. 이 때 하이브리드 탄소 구조체의 모양은 공 모양의 입체(3D) 구조로 바뀐다.

김 교수팀은 시간분해 분광법을 이용해 구조체의 모양이 변하면서 형광도 달라지는 원리를 분석했다. 양성자성 용매의 경우 하이브리드 탄소 구조체와 용매 간 수소결합으로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 주황색 형광을 나타냈다. 이와 달리 비양성자성 용매에서는 에너지 손실이 적어 초록색 형광을 띠었다.

김병수 교수는 “용매에 따라 탄소나노물질의 형상과 발광 특성이 변하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첫 연구 성과다. 하이브리드 신소재 특성을 높이고 응용 분야를 확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