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4차 산업혁명으로 활로 찾자]<7·끝>'산업 예술화'로 퀀텀점프해야…전문가좌담회

'신산업, 4차 산업혁명으로 활로 찾자' 좌담회가 4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호준 전자신문 부장, 신승규 현대차 이사, 장병탁 서울대 교수, 도경환 산업부 실장, 김효근 이화여대 교수,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신산업, 4차 산업혁명으로 활로 찾자' 좌담회가 4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호준 전자신문 부장, 신승규 현대차 이사, 장병탁 서울대 교수, 도경환 산업부 실장, 김효근 이화여대 교수,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기술이 융·복합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대한민국도 '변화' 아니면 '도태'라는 현실과 마주했다. 정보통신기술(ICT785)을 기반으로 한 신기술이 3차 산업혁명의 주요 산업분야와 융합,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간다.

전자신문은 '신산업, 4차 산업혁명으로 활로 찾자'는 시리즈를 6회에 걸쳐 다뤘다. 마지막으로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새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좌담회는 지난 4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 본사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국내 산업 문제점과 변화, 정부 역할, 변화 대응 방안 등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들은 기업이 융합이라는 신산업을 이끌고 경쟁 속에서 생존하려면 체질을 개선해 '산업의 예술화'를 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 역시 네거티브 규제589로 전환, 연구개발(R&D) 예산 지원 체계 개선 등으로 역할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타트업을 키우려면 미국 실리콘밸리식 생태계 조성과 제도 개선은 필수라고 봤다. 대통령 선거 이후 정부 조직은 급변하는 시장 변화와 기술 혁신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시너지를 내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좌담회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참석자(가나다순)

△김효근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신승규 현대자동차 이사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사회=이호준 전자신문 산업정책부장

[신산업, 4차 산업혁명으로 활로 찾자]<7·끝>'산업 예술화'로 퀀텀점프해야…전문가좌담회

◇사회(이호준 전자신문 부장)=4차 산업혁명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4차 산업혁명이 국가 산업 정책과 기업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도경환(산업통상자원부 실장·이하 도경환)=크게 '사람'과 '기업'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대량 생산 기반의 '공급' 중심이었지만 이젠 소비자 '수요' 중심 경제로 대변혁이 일어난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사물인터넷80(IoT80), 빅데이터78, 인공지능(AI), 로봇 기술로 소비자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서비스·비즈니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람 중심'의 경제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이다.

기업은 업종 간 융합이 일어나면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진다.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한 이른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가 시장을 지배한다. 창의성에 기반을 둔 '뉴 1세대 기업'의 출현에 유리한 구조가 됐다. 우버는 설립 5년 만에 제너럴모터스(GM)가 107년 걸려 달성한 680억달러라는 기업 가치를 달성했다. 과거 수십에서 수백년이 걸린 기업 성장의 과정이 순식간에 달성됐다. 이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병규(산업연구원장)=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기존 산업의 생산성이 제고된다. 두 번째는 산업과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이 결합, 융합 신산업이 창출된다. 세 번째는 과거에 보지 못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창출된다. 기업은 기존 산업만으로 고부가 가치 창출이나 사업 유지가 어렵다. 기업가 정신을 발현해 재창업하고, 새 산업을 육성해 부가 가치를 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산업 정책의 중요성도 부각되는 시기다. 이전이 단위 업종별로 산업이 꽃피는 시기였다면 이젠 기존 산업과 과학기술 및 정보기술(IT)을 융합시켜서 사업 부가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혁신 산업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시장이 열리고 있으니 그걸 획득하기 위해 기업의 노력과 정부 정책 변화가 필요한 때다. 이게 안 되면 기업은 망하고 정부는 정책 실패에 빠진다.

◇장병탁(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AI는 사람을 알아보는 기계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SW)나 서비스가 사람을 알아보고 행동한다. 스마트폰을 봐라. 주변의 위치와 소리를 인식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삶과 일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사회 이슈다. 퇴근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금지법 이슈가 생기는 것처럼 기술 발달에는 양면성이 있다. 제도나 문화·사회 문제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사회=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감소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산업과 기업은 물론 국민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효근(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이미 '산업의 예술화' 현상이 시작됐다. 생산자 제품이나 서비스가 마치 예술 작품처럼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 있어야만 생존과 성장이 가능한 시대로 진입했다.

예술 활동의 목표는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감동이 발현되려면 총 4단계의 피라미드 위계형 감동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1단계는 기능성(Function), 2단계는 관능성(Beauty), 3단계는 생산자 정체성(Identity), 4단계는 소비자 존재 의미(Being)다. 그동안 인류 전체 차원에서 지향한 것은 아래 두 단계인 기능성과 관능성이었다. 그러나 성공한 회사 사례를 분석하면 3단계인 창작자 정체성에 대한 공감이 있다. 산업의 창조성 경쟁은 바로 3~4단계의 아이디어와 시스템 경쟁이다. 결국 전 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명품화'가 필수 조건인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너무 '기술 중심'으로 관점이 치우쳐 있다. 중요한 것은 AI, IoT,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스마트 공장화 그 자체가 아니라 공장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총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4단계를 동시에 만족시키면 짧은 시간에도 거대 비즈니스로 발전할 수 있다.

◇사회=신산업 창출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4차 산업혁명 과제는 무엇이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유병규=우리 강점은 세계 수준의 제조 능력과 우수한 IT 인프라다. 이를 토대로 융합과 신산업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 측면에선 기존의 사업 구조를 과감히 바꾸는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작업 방식도 고효율로 바꿔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유연한 형태의 작업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된다. 시간 선택 근로, 성과 중심 임금 결정, 재택 근무 등을 광범위하게 활용해서 고용을 유지·확대하는 한편 작업 성과를 높여야 한다. 세 번째로 정부가 역점을 두고 할 일은 기업의 사업 구조 혁신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조성하는것이다. 무엇보다 각종 규제 철폐, 인수합병(M&A)과 투자금융업 활성화가 시급하다.

◇장병탁=외국은 기술이 투자, M&A 등을 통해 스타트업-중소기업-대기업으로 끊임 없이 이어진다. 한국 금융은 선진국형이 아니다. 악순환 고리에 빠져 있는 부분이 있다. 선순환 구조로 바꿔야 한다.

◇사회=투자 확대도 필요하고 기술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정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것 같다.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산업부가 지향하는 정책 핵심은 무엇인가.

◇도경환=4차 산업혁명은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다. 앞으로 정부 정책은 실리콘밸리식 선순환 구조의 창업 생태계 구축, 규제 완화, 융합 얼라이언스463 기반의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민간의 창의성을 끌어내 새로운 산업 동력으로 연결하는데 집중한다.

정부의 R&D 예산이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갖춘 창의 기업에 선택·집중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정부 지원이 4차 산업혁명형 창업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장기로는 정부 R&D 예산의 50%를 현재 20% 수준인 4차 산업혁명형 R&D에 투입해야 한다. 창업 기업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기준으로 하여 4차 산업혁명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공개 경쟁 시스템(오디션 방식)을 거쳐 높은 평가를 받은 프로젝트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

창의 아이디어가 있어도 규제 때문에 할 수 없는 게 많다. 규제의 주인이 국민인 만큼 규제 기관이 직접 국민에게 필요성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경우에만 규제를 존립하게 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사회=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인 자동차는 전자와 ICT 융합으로 신성장 동력 창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에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어떠하며, 과제는 무엇인가.

◇신승규(현대자동차 이사)=인텔, 퀄컴, 구글 등 글로벌 ICT 업체가 대규모 M&A와 기술 투자를 앞세워 미래 자동차 산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자율주행차 한 대가 하루 4TB(테라바이트)의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동인은 AI지만 AI를 고도화하고 새 상품과 서비스로 발전시키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ICT 기업은 IoT 허브로 자동차를 사용, 데이터가 집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은 자동차 산업에서 R&D, 생산, 제품, 서비스, 유통 등에 걸쳐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는 개발 주기 단축이 과제다.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자동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객 수요 예측 결과를 신차 개발에 적용한다. 가상현실409(VR409), 증강현실(AR), 3D 프린팅301 기술을 차량 개발 프로세스에 도입하면 제작 기간 단축을 혁신시킬 수 있다.

◇사회=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제조업과 ICT 융합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경쟁국보다 좋은 기반을 갖췄지만 융합 능력은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김효근=산업의 예술화, 경영 예술이란 패러다임으로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예술가는 모방을 수치이자 범죄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모방형 경제로 성장했다. 여기에 너무 익숙하다. 제조업을 예술처럼 하려면 남과 다르게 목숨 걸고 해야 한다. 국내 기업은 주요 해외 기업이 이미 발표했거나 잘하는 것을 따라서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산업계 전체 종사자들의 패러다임이 그렇게 맞춰져 있다. 여기서 누가 먼저 벗어나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키가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은 창조성을 원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모른다. 창조성이란 과실을 얻고 싶으면 정체성과 감수성(Sensibility)을 확보해야 한다. 차별화된 것을 전달하려면 수십년 해 온 모방에서 벗어나 자신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존의 한국 제품과 서비스는 저렴하고 빨리 제공된다는 강점으로 시장에서 통했다. 이제 그 시대는 끝났다.

기업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요소 기술 시장을 제외하고 제품, 서비스 산업은 예술화되는 것 외에 생존 방법이 없다.

정부 또한 구조 개편 논의가 많다. ICT와 문화예술, 산업이 결합돼야만 산업의 예술화가 가능해진다. 가능하면 정부 조직 개편에서 이런 부문이 물리 형태로 통합되고 팀 구성도 융·복합되도록 구조 혁신을 해야 한다.

◇신승규=현대기아차는 전동차 배터리 개발 때 국내 유수 업체와 협업해서 한국을 전기차 배터리 강국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통신업계와 협업해 커넥티드카302 구현을 위한 '블루링크' 같은 서비스를 선보였다. 가까운 미래에 선보일 5세대(5G) 통신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국내 기업과 협업 연구를 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협업은 필수다. 센서처럼 국내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은 정부 R&D 과제에 참여, 부품 국산화를 돕고 있다. 인텔이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17조원에 인수했다. 국내에도 모빌아이 같은 중소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다.

◇사회=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언한다면.

◇유병규=경제 시스템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 제도 혁신 경쟁 시대다. 그런 공감대를 빨리 갖추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산업 구조 조정,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있다. 한국형 종합 접근법이 필요하다. 혁명에는 갈등이 생긴다. 이해 관계자가 타협을 이룰 수 있는 사회 합의에도 신경 써야 한다.

◇김효근=패러다임 안에서 살던 사람에게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안 생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꿈꾸고 기존의 요소를 새롭게 재조합해서 꿈을 이뤄 내는 회사만이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 인간의 두뇌 반쪽에는 과학 기술, 나머지 반쪽엔 예술 사유가 결합돼야 한다. '비즈니스 아트'다. 이것밖에는 살아나갈 방법이 없다는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

◇신승규=제조 기업이 SW 인력을 뽑으려 하는데 국내에 인력이 없더라. 기존의 대학 교육으로는 부족하다. SW 산업이 발전하고 우수 인재가 SW 분야에 몸담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자동차 회사도 창의 인재를 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병탁=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컴퓨터 공학과 인원이 너무 적다. 교육부가 인원을 제한한다. 필요에 의해 늘어야 하는데 유연성이 없는 게 현 교육의 문제점이다.

◇도경환=한민족에게는 아티스트 감각이 있다. 그동안 한류로만 발현됐지만 이를 생산과 경영에 접목시키면 승산이 있다. 실리콘밸리식 창업 생태계는 정부가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조성해야 한다. 과거엔 한 회사에 30년 동안 충성하며 살았다. 이제는 사람 중심이 됐고, 이곳저곳 회사를 옮겨 다니고, 프리랜서가 된다. 고용 유연화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결실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은 필수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2만달러 시대다. 과거에 하던 대로 해 왔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올라타면 한 단계 도약해서 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모멘텀을 활용, 융합형 정부가 돼야 한다.

정리=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