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스타트업 대표와 대통령 선거 관련 얘기를 나눴다. 대표는 회사가 입주한 스타트업 육성 기관에도 유력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방문했지만 오히려 실망만 커졌다고 푸념했다. 스타트업 종사자를 만나 형식에 그친 인사만 나누고 진솔한 대화 같은 소통에는 소홀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후보는 자기 이념 성향에 맞는 이야기만 반복하다 돌아갔다. 달라진 상황은 전혀 모르고 엉뚱한 대안을 제시한 후보도 있었다.
어떤 후보는 일자리 해결을 위해 창업 활성화를 외친다. 기존의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로는 일자리 늘리기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창업 활성화로 일자리를 수십만, 수백만 개 창출하겠다고 약속한다. 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금 확대와 실패하면 재도전 기회까지 주겠다고 열변을 토한다. 실현되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공약이다.
그러나 정작 창업 활성화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스타트업과의 눈 맞추기를 적극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진정성까지 의심을 들게 하기 충분하다. 선거 때만 되면 모든 후보가 시장을 방문한다. 그러고도 서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되풀이하는 '정치 쇼'라는 시각마저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청년 실업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스타트업 방문이 시장 방문 행사의 짝퉁은 아닌지 우려된다.
진정성 없는 소통은 정책 실현 가능성도 떨어뜨린다. 주요 대선 후보들 뒤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소홀하면 포장만 호화로운 껍데기가 될 수 있다. 창업 활성화 약속은 쉽다. 그러나 실현은 결코 쉽지 않다. 규제 완화만 하더라도 각 부처에 나뉜 규제를 모으고 검토하는 작업에만 많은 시일이 걸린다. 신기술은 계속 등장하고, 글로벌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제 시간에 맞춰 정책을 개선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럴수록 창업 현장에서 스타트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누구보다 변화에 민감하고 깊이 체감하는 이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기자수첩]대선 주자, 스타트업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0120_20170502141227_729_0001.jpg)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