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형 1GW 석탄화력 터빈 균열…국산화 차질 우려

국가 개발 과제로 완성된 한국형 1기가와트(GW)급 석탄화력발전소의 터빈에 균열이 생겼다. 이 터빈을 도입한 한국중부발전 신보령 1호기는 정상 출력을 못 내고 있다. 글로벌 GW급 석탄화력발전 시장을 노리고 만든 초고효율 석탄발전 국산화 프로젝트에 차질이 우려된다.

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 전경.
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 전경.

3일 중부발전에 따르면 신보령 1호기에 들어간 1GW급 터빈 끝단 회전날개(라스트 블레이드)에 균열이 발생, 이를 제거한 뒤 돌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전날개가 있던 저압 터빈부에 압력판을 설치한 상태의 불완전 가동을 하고 있다. 터빈 내부에 와류 현상이 남아 있어 실제 출력은 정상 대비 0.8% 낮은 920㎿ 안팎에 머물렀다.

중부발전은 올해 계획 예방 정비 기간에 터빈 날개를 추가, 정상 운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제품을 공급한 두산중공업이 새로 도입될 터빈 날개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사전 테스트도 거친다.

신보령 1호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1GW급 석탄화력발전 실증 사업이다. 그동안 한국형 표준 석탄화력은 500㎿급 설비가 주류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 석탄화력 시장의 주류가 1GW급으로 재편되는 것에 맞춰 한국형 초고효율 모델 사업을 국책 과제로 삼았다. 한국전력기술이 설계하고 두산중공업이 제작을 맡았다. 첫 실증 사업으로 신보령 1·2호기가 완성됐다.

이번 터빈 균열 여파는 크다. 터빈은 증기 압력을 회전운동으로 전환해서 발전기에 동력을 전달하는 설비로, 보일러와 함께 발전소 양대 핵심 주기기로 꼽힌다. 발전소 전체 건설비에서 보일러와 터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발전업계는 신보령 터빈 균열이 최근 1GW급 석탄화력의 터빈 고장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동서발전 당진 9호기(1GW급)가 터빈 균열로 곤욕을 치렀다.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이 공급한 이 터빈은 우리나라에 들여온 첫 1GW급 설비다. 이에 앞서 상용화 실적도 있었지만 최근 신보령 사례와 유사한 문제가 일어났다.

발전업계 일각에선 1GW급 모델 자체 문제까지 거론했다. 현재 도입된 1GW급 터빈 모델은 제조사 간 상호 벤치마킹에 따라 개발됐다.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곳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중부발전은 정상 출력을 내지 못하는 신보령 1호기의 정상 가동에 우선 주력하는 한편 출력 저하에 따른 보상을 두산중공업에 청구할 계획이다. 양사는 첫 실증 사업인 만큼 설비 도입 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보상 규정을 미리 계약에 담았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신보령 1호기의 출력 저하에 따른 보상은 청구해야겠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정상 운전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면서 “계획 예방 정비 이후 정상 출력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