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금융권에 비대면 채널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태블릿 브랜치'를 필두로 전통적인 대면 채널에도 변화 바람이 분다.
모바일·온라인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찾아가는 뱅킹을 제공하는가 하면 오프라인 지점 창구 업무 디지털화로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은 태블릿PC를 지점에 비치해 디지털 창구로 활용하거나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찾아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적극 도입하고 있다. 업무 시간 내 은행 방문이 쉽지 않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활용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과 접점을 늘리는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태블릿 브랜치는 은행 전산 시스템과 연동되는 태블릿PC로 계좌·카드 개설과 대출, 자산 관리 등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영업점 창구에 태블릿PC를 비치해 고객 대기시간을 줄이거나 은행 직원이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통칭한다. 태블릿PC만 있으면 외부에서도 대부분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해 움직이는 '1인 지점' 역할을 한다.

최근 비대면 계좌 개설 돌풍을 일으킨 케이뱅크는 전체 가입자 중 69.9%가 모바일 기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30~40대 고객이다. 비대면 채널 집중으로 업무 시간과 공간 등에 제약 받지 않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50대 이상 고객 등은 이용이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태블릿 브랜치는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대면 채널에서 금융 서비스 혁신을 이끈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씨티은행 등은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내놓고 전담 조직 등을 꾸렸다.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고객이나 은행 방문이 어려운 고객이 주 대상이다. 2014년 은행권 최초로 태블릿 브랜치를 도입한 하나은행은 최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대출 가능 여부와 신규 계좌 개설 등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상대적으로 지점 수가 적은 저축은행 역시 태블릿 브랜치로 고객과 접점을 확대한다. 웰컴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업계 중 처음으로 태블릿 브랜치을 도입해 실질적인 대외 영업력 향상을 꾀한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면 영업은 지점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부족한 지점 수를 보완하기 위해 찾아가는 태블릿 지점인 'W브랜치'를 오픈했다”며 “모바일 채널 이용 등에 불편을 느끼는 고객으로부터 많은 방문 요청이 들어오고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외부 영업뿐만 아니라 지점 창구에서도 태블릿 브랜치 활약이 두드러진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은 전국 영업점에 태블릿PC를 비치하고 디지털 창구로 활용 중이다. SC제일은행은 태블릿PC만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뱅크샵'과 '뱅크데스크'도 마련했다. 복잡한 종이 문서 작성과 관리 부담을 줄이고 업무 처리 시간 단축에 일조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이 모바일 뱅킹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 기존 대면 채널에서는 태블릿 브랜치가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이라며 “오프라인 지점을 점차 줄여가는 상황에서 효율성을 높이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