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 대형 연구개발(R&D)과제의 예비타당성조사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형 국책과제의 병목 구간으로 지적됐던 '늑장 예타'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그 동안 예타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기술 개발 '골든 타임'을 놓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국가 R&D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전담기관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다. 기획재정부가 주관한다. 예타를 충족하면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사진1】
문제는 평가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예타에 오르는 R&D 과제는 평가를 받는 데 2년 가까이 소모했다. 기획 초반 혁신적인 목표를 내세우지만 오랜 평가시간 속에 취지가 퇴색한다. 그 사이 경쟁국 기술 개발 속도가 우리나라를 앞지를 우려도 크다.
최근 국가 R&D는 기술 융·복합,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형화하는 추세다. 웬만한 대형 과제가 모두 예타 대상에 오른다. 총 사업비 500억원, 국비 지원 300억원 이상이면 예타 대상이다. 지난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국가전략프로젝트 9개 과제도 대부분 예타 대상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장기간 소요되는 예타의 구조적 문제를 뜯어고치는 게 국가 R&D 개혁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는 R&D 효율성 제고, 기술 패러다임 대응을 위해 예타 구조 개선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 2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국가과학기술전략회의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열고 R&D 예타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예타 기간을 줄인다. 의사결정 구조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절차별 근거 자료는 더 충실하게 보강, 의사 결정 혼란을 줄인다.
정부 R&D 기관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 예타 기간을 크게 단축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반기 내에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사결정 구조 간소화는 물론 근거 데이터를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개선된 기법을 도입할 것”이라면서 “평가 기간이 줄어들면 기술 혁신, 진보 속도를 크게 저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가 기간 단축에 이어 주무 부처의 기획 역량 제고가 뒤따르면 '2배속 예타'가 가능하다.
예타 제도가 개선되는 것에 맞춰 정부 부처의 R&D 기획 역량 강화도 요구된다. 부처와 기관 간 협업이 전제되면 제도 개선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