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유통규제, 정밀하게 분석하고 짚어봐야 할 때](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0379_20170504143220_044_0001.jpg)
대형마트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규제가 시작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당시 규제를 도입한 이유는 명확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대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유통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하고 영업시간을 줄이면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본 것이다.
지금은 이런 취지와 무색하게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의 영업 규제로 대형마트 매출은 21% 줄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매출도 같은 기간에 12.9% 감소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당 일평균 매출액은 2012년 4755만원에서 2013년 4648만원으로 감소했다. 2015년에는 4812만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영업일과 영업시간이 줄어든 대형마트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규제로 반사이익을 기대한 전통시장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납품업체나 농업인까지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유통 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어느 한쪽도 이득을 보지 못한 사이에 소비자 불편과 불만은 커져만 갔다. 주말이면 대형마트 휴무일을 검색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다.
반면에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의 매출은 161% 큰 폭으로 성장했다.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로 장보기를 대신한 것이 명확히 드러난 사례다.
그럼에도 대형유통업체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은 지속 발의됐다. 소비자 여론과 현장을 살피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일지만 정치권은 더욱더 강한 규제로만 유통업계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월 4회까지 늘리고,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의무휴업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안 등이 대표 사례다.
전통시장,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본질 요소는 해결하지 않고 대형유통업체 때문에 중소상인들이 피해를 본다는 명분으로 규제 강화라는 카드만 제시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다.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한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 통계로도 드러난 상황에 이제는 규제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전통시장과 기존의 상권 보호는 필요하다. 그러나 고령자가 많은 전통시장 상인에게 재고 관리와 상품 주문 등에 활용하라고 태블릿PC를 제공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관리법을 알려주는 지원 방안은 전혀 현실에 맞지도 실용성이 있지도 않다. 이 때문에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견주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 실용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주차장 문제 해결, 카드 단말기 확대 등이 그 예다.
외국 사례를 보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내수 경기 저하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경험한 이후 점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상생'이라는 명분 아래 대기업과 소비자 양보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소비자 후생을 고려, 규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정국이다. 새 정권이 창출될 시점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명분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은 대형유통업체 규제를 또 강화해야 하는지 정밀하게 분석하고 짚어봐야 할 때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