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새 정부, 출범이후 '100일'이 중요하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새 정부가 탄생한다. 지난주 실시한 사전 투표는 역대 최고 투표울 26%를 기록했다. 그만큼 이번 대선과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새 정부는 따스한 봄 햇살과 함께 출범한다. 하지만 이들이 직면할 국정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번 새 정권은 쉽지 않은 경제상황과 직면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무수한 뇌관과 복병이 널려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로 정부 권위는 무너졌고 경제와 안보 상황은 '시계제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껴안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남긴 대표 유산인 '창조경제'도 설거지해서 재정리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첫 1년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새 정부의 비전과 희망을 담아 새로운 판을 짜는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리더십과 실천의지를 잘 보여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첫 해에 쌓은 신뢰로 나머지 4년을 버틴다.

하지만 이번엔 연습 없이 바로 실전이다. 인수위도 없는 악조건에서 출발한다. 9일 대선에서 선출되면 바로 대통령이 된다. 당선인으로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겨를도 없다. 경제·외교·안보 위기에다 '미래' 준비까지 국정 과제 해결에 바로 뛰어들어야 한다.

1년의 인내심을 국민에게 바래서도 안 된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 공백까지 고려하면 사치일 뿐이다.

가혹할 수 있지만 새 정부는 100일 안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핵심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틀을 다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는 순간 개혁은 하세월이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새 정부의 총리 지명 등 첫 조각과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중요하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알리는 동시에 수권능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다. 인사 논란으로 수개월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선 능력 위주 '탕평인사'만이 답이다.

새 정부는 진영 논리에서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여소야대 지형이다. 진영 프레임에 갇혀 정쟁에 휘말리면 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반대 정파의 저항으로 핵심과제를 추진할 수 없다. 당장 미국과의 사드 비용 문제도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드 논란'이 또 다시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게 해선 안 된다.

모든 공약을 한꺼번에 추진하려 욕심내서도 안 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린 대한민국을 심폐소생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비타민 주사를 놓고 있을 여유는 없다. 100일 동안 핵심적인 것만 압축해서 집중 처리해야 한다. 나머지 공약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동력 확보가 시급하다.


100일 뒤, 새 정부의 성공적인 순항을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길 바란다.

[성현희 기자의 날]새 정부, 출범이후 '100일'이 중요하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