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현금 없는 사회' 구현에 고삐를 바짝 죈다. 그동안 카드 결제조차 쉽지 않던 재래시장까지도 알리페이 등 민간 사업자가 주축이 된 '무현금연맹(无現金聯盟)'에 속속 합류한다.
무현금 비중이 늘어날 때마다 점포 내 현금 보관이나 잔돈 관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절감돼 국내총생산(GDP) 상승효과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7일(현지시간) 베이징 순이구(順義區)시장관리센터와 알리페이가 제휴를 맺고 무현금연맹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지역 내 농산물직매장 47곳을 포함해 대형마트와 과일가게 등에 알리페이를 이용한 모바일결제를 도입한다.

중국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가 선보인 '알리페이'와 8억 가입자를 보유한 모바일메신저 위챗(웨이신) 기반의 텐센트 '위챗페이'를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성장했다. 빠른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려 카드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결제 대중화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배 성장한 38조위안(6235조원)에 달했다.
국내에서 정부 주도하에 민간 사업자 참여로 추진되는 '동전 없는 사회'와 달리 중국의 현금 없는 사회는 민간이 주도한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지난달 중국 선전에서 열린 IT정상회의에서 “거지도 QR코드로 적선 받는다”며 “중국은 앞으로 5년 안에 '무현금 사회'에 다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십 년 간 오직 현금으로만 거래를 해오던 중국 재래시장 상인들도 모바일 결제에 호의적인 반응이다.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설치가 필요한 카드와 달리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이용 가능하고 바쁜 와중에 잔돈을 거슬러 줄 수고도 덜기 때문이다.
거래내역은 모바일 앱 등으로 자동 관리·분석된다. 매출로 얻은 현금을 입금하거나 잔돈용 동전 교환을 위해 은행을 찾을 필요도 없다. 결제 앱과 연동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모바일메신저로 단골 고객과 쉽게 소통도 할 수 있다.
순이구시장관리센터 관계자는 “시장 상인은 장갑을 끼고 일하거나 손이 젖어있을 때가 많아 현금을 주고받을 때 불편이 적지 않다”며 “현금 없는 거래가 소비자뿐 아니라 많은 중소상인에게도 편의성과 효율성 향상을 준다”고 신화통신에 밝혔다.

신화통신은 중국이 현금 없는 사회를 가장 먼저 달성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현금 없는 사회 추진에 주도적 역할을 할 무현금연맹이 중국 항저우에 설립됐고 알리페이는 올해 주요 도시에서 '지불할 현금 없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거리 포장마차나 과일가게, 식료품점 등 수백만개 상점에 알리페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금 없는 거래 비중 확대가 경제 성장도 돕는다. 신화통신은 중국 유니온페이 데이터를 인용, 무현금 거래 비중이 10% 늘어나면 GDP가 0.5~0.8%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중국 내 전체 현금 거래 70%를 모바일 결제 등 무현금 거래로 대체하면 GDP 상승효과는 3.5~5.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