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미래 사회를 주도할 신기술 90% 이상이 2020년대에 실현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기술에서 선진국과 격차가 적었지만 일부 기술은 10년가량 격차를 보였다. 수 년 뒤 불어 닥칠 '과학기술 빅뱅'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제5회 과학기술 예측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미래기술 267개 가운데 243개(91%) 기술이 2021~2030년 사이에 실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르면 4년 내에 신기술 홍수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과학기술 예측 조사는 정부가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시행한다.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과학기술을 예측해 정책 수립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이번 조사는 미래기술 실현 시기를 예측하고 24개 주요 기술의 '기술확산점(Tipping Point)'도 제시했다.
조사는 초연결 혁신, 사회 복잡성 진화 등 5개 메가트렌드와 40개 주요 이슈를 도출했다. 미래 사회 수요 변화에 따라 2040년까지 등장할 267개 미래기술을 발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가운데 91% 기술이 2020년대에 실현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대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조사 대상 기술의 절반가량(48.7%)인 130개 기술이 2021~2025년 사이에 실현된다. 2026~2030년에 실현될 기술은 113개(42.3%)인 것으로 예측됐다.
인공지능형 농·식품 소모량 예측 및 자동주문 시스템(2020년), 사물인터넷(IoT) 기반 가스누출 폭발위험 예측 시스템(2021년)의 실현 속도가 특히 빠른 것으로 예상됐다. 실현 시기가 먼 미래기술로는 실증용 핵융합실험로 건설 및 운영 기술(2039년), 우주 여행객의 편의를 위한 우주 휴게소(2038년) 등이 꼽혔다.
해외 기술 변화 속도는 더욱 빠른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267개 기술 가운데 192개(71.9%) 기술이 2021~2025년 사이에 실현된다. 우리나라가 먼저 실현하거나 외국과 비슷한 시기에 실현할 기술은 13개(4.9%)로 예상됐다.
우리나라는 친환경 고효율 해수용존 자원추출용 흡착제를 비롯한 5개 기술을 먼저 실현한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2023년이 기술확산점으로 점쳐진다. 한국이 최초 확산 국가가 될 전망이다. 고신뢰성 심지층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기술, 우주환경용 무중력 3D프린팅 기술은 해외와 10년 격차가 났다.
조사는 산·학·연 과학기술 전문가 대상 델파이 조사를 토대로 했다. 두 차례 조사에서 3600명 이상 설문에 응했다. 전문가는 미래기술 실현을 위해 연구비 확대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기술 실현을 위해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 가장 많은 응답자(27.5%)가 '연구비 확대'를 꼽았다. 10년 이후 장기 관점의 미래기술에 대해서는 이보다 많은 30% 응답자가 연구비 확대를 주장했다. 그 외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는 인프라 구축(22.8%), 인력 양성(21.4%), 협력 활성화(18.7%), 제도 개선(9.5%)이었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환경에 대처하려면 빠르고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양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만큼 효율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