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성분으로 쥐의 뇌 노화 억제…독-이스라엘 연구팀 발표

대마의 특정 성분이 쥐의 뇌 노화를 억제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학계의 오랜 과제였던 인간 뇌 노화 억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독일 본대학,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공동연구팀은 늙은 쥐에 대마의 활성 성분을 투여한 결과 뇌 기능이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실렸다.

안드레아스 짐머 본대학 교수(왼쪽)와 연구실 관계자들
안드레아스 짐머 본대학 교수(왼쪽)와 연구실 관계자들

연구팀은 대마에 함유된 활성 성분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을 생후 2개월, 12개월, 18개월 된 쥐에 소량 투여했다. 투여 용량은 최소한으로 제한했고 일부 쥐에는 가짜 THC를 투여했다.

THC는 환각과 흥분을 유발하는 성분이지만 약하게 쓰면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 의료용 약물로도 일부 허용된다.

연구팀이 4주 간 약물을 투여하고 관찰한 결과 늙은 쥐의 뇌 인지 능력이 생후 2개월 수준으로 회복됐다. 쥐는 수명이 비교적 짧아 12개월이면 인지 능력이 크게 저하된다. THC 투여로 뇌 기능이 되돌아온 셈이다.

반면에 가짜 THC를 투여한 쥐는 뇌 기능이 회복되지 않았다. 노화에 따른 학습 능력 저하, 기억 상실을 고스란히 겪었다. 연구팀은 방향 감지, 상대 구분 능력 등을 측정해 인지 능력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뇌 조직과 유전자에서도 THC 투여 효과를 확인했다. 뇌 기능이 회복된 쥐의 뇌 조직과 유전자 활성을 조사한 결과, 젊은 쥐와 유사한 수준의 분자 표지를 보였다. 뇌 신경 세포 연결이 증가해 학습 능력이 향상됐다.

연구팀은 THC가 인간 뇌 노화도 억제하거나 되돌릴 수 있을지 확인하는 임상 시험을 희망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짐머 본대학 교수는 “치료법은 나이 든 동물의 기능 저하를 완전히 뒤집었다”면서 “THC 치료로 분자 시계가 되돌아온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