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의 특정 성분이 쥐의 뇌 노화를 억제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학계의 오랜 과제였던 인간 뇌 노화 억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독일 본대학,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공동연구팀은 늙은 쥐에 대마의 활성 성분을 투여한 결과 뇌 기능이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실렸다.

연구팀은 대마에 함유된 활성 성분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을 생후 2개월, 12개월, 18개월 된 쥐에 소량 투여했다. 투여 용량은 최소한으로 제한했고 일부 쥐에는 가짜 THC를 투여했다.
THC는 환각과 흥분을 유발하는 성분이지만 약하게 쓰면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 의료용 약물로도 일부 허용된다.
연구팀이 4주 간 약물을 투여하고 관찰한 결과 늙은 쥐의 뇌 인지 능력이 생후 2개월 수준으로 회복됐다. 쥐는 수명이 비교적 짧아 12개월이면 인지 능력이 크게 저하된다. THC 투여로 뇌 기능이 되돌아온 셈이다.
반면에 가짜 THC를 투여한 쥐는 뇌 기능이 회복되지 않았다. 노화에 따른 학습 능력 저하, 기억 상실을 고스란히 겪었다. 연구팀은 방향 감지, 상대 구분 능력 등을 측정해 인지 능력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뇌 조직과 유전자에서도 THC 투여 효과를 확인했다. 뇌 기능이 회복된 쥐의 뇌 조직과 유전자 활성을 조사한 결과, 젊은 쥐와 유사한 수준의 분자 표지를 보였다. 뇌 신경 세포 연결이 증가해 학습 능력이 향상됐다.
연구팀은 THC가 인간 뇌 노화도 억제하거나 되돌릴 수 있을지 확인하는 임상 시험을 희망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짐머 본대학 교수는 “치료법은 나이 든 동물의 기능 저하를 완전히 뒤집었다”면서 “THC 치료로 분자 시계가 되돌아온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