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ence] '펜의 힘' 언론, 소셜·영상기술 입고 대중곁으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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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상징어처럼 굳어진 언론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과 사진만으로 메시지를 전하며 성역을 이뤄왔던 언론이 소셜 채널과 영상기술 등으로 독자 곁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이런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ICT 속 언론문화의 변화와 시사점을 살펴본다.

◇언론, ICT 훈풍에 성역의 빗장 풀다

언론은 정보제공을 기초로 사회 대변(代辯), 권력 감시 등의 역할을 하는 '제 4의 권력'이다. 언론의 성격은 매체 지향점에 따라 보수 또는 진보 등으로 나뉘지만 기술방법만큼은 텍스트 중심의 기사를 고수해왔다. 이는 언론의 역사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언론은 과거 왕조국가 시절 후대 권력집단의 자성(自省)을 위한 기록에서 출발, 신분평등 시대에도 중산층 이상 시민을 위한 내용을 기술한 사례가 많았다. 일례로 조선시대 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 사적(史籍)과 구한말 독립신문, 일제치하의 민족언론 등은 물론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언론은 어려운 한자와 용어를 사용한 기사로 시민들의 지식욕을 채우며 견해를 대변했다.

언론은 과거 왕조국가 시절부터 최근까지 중산층 이상 시민계급의 전유물처럼 존재했다. 하지만 경제안정화와 교육률 상승, ICT발전에 힘입어 대중화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언론은 과거 왕조국가 시절부터 최근까지 중산층 이상 시민계급의 전유물처럼 존재했다. 하지만 경제안정화와 교육률 상승, ICT발전에 힘입어 대중화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반면 일반 대중에게는 성역을 가진 권력층이었다. 당시 대중은 의식주 해결이 급했던 탓에 문자 학습이나 정보 획득이 어려워 언론을 쉽게 접할 수 없었다. 언론과 대중 간의 괴리는 국가정책이나 사회 분위기를 중산층 위주의 흐름으로 이어가게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경제안정화와 교육률 상승을 기초로 변하기 시작해, 21세기 들어 활성화된 ICT 발전에 크게 전환된다. 특히 스마트폰 기반 소셜 채널의 등장은 정치영역 못지않게 언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재 대다수 언론은 소셜 채널로 정보를 전하고 댓글과 이모티콘 등으로 피드백을 수집한다. 많은 글을 읽기 어려운 소셜 채널의 특성을 감안해 카드뉴스나 동영상, 포토뉴스 등 감각적인 콘텐츠로 보다 많은 대중에게 정보를 전한다. 대표적으로 JTBC '뉴스룸'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등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팟캐스트 같은 다양한 소셜 채널에서 예능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으며 대세를 잇고 있다. 다른 언론사도 유사한 수준을 유지한다. 최근에는 소셜 채널에서 자체 지원하는 SNS라이브방송 시스템을 활용해 사회 곳곳 목소리나 사건 뒷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다루며 대중과 소통한다. 파급력과 정확성이 관건인 언론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저렴하고 빠르게 정보를 전할 수 있고 정확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소셜 채널이 필요하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언론이 소셜로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대다수의 언론은 카드뉴스·동영상·포토뉴스 등 콘텐츠를 소셜채널로 전하고 댓글과 이모티콘 등으로 피드백을 수집하며 인기를 얻는다. 이는 곧 '언론의 대중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JTBC '뉴스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 다수의 프로그램이 있다. (사진=각 방송별 홈페이지 캡처)
대다수의 언론은 카드뉴스·동영상·포토뉴스 등 콘텐츠를 소셜채널로 전하고 댓글과 이모티콘 등으로 피드백을 수집하며 인기를 얻는다. 이는 곧 '언론의 대중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JTBC '뉴스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 다수의 프로그램이 있다. (사진=각 방송별 홈페이지 캡처)

언론의 소셜영역 진출은 곧 대중의 정보수요와 사회적 관심 확대로 이어져 그간의 괴리를 좁히고 '언론의 대중화'를 이룬다. 이는 곧 공공대변과 권력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강화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최근 대선정국과 대통령 탄핵 등 정치분야는 물론 특정기업 집단의 갑질문화, 환경파괴 등 사회전반 이슈에 대중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사례가 많아진 것도 언론의 소셜화와 연결돼있다. 이 같은 경향은 소셜 채널 수요가 유지되는 한 계속될 것이며,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BBC 등에서 시도하는 가상현실(VR)과 소셜미디어의 결합 'VR저널리즘'에서 보듯 ICT발전에 따라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은 최근 국내외에서 시도중인 가상현실(VR)과 소셜미디어의 조합 'VR저널리즘' 등 ICT 발전에 더 큰 변화를 겪으며, 더 많은 대중과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언론은 최근 국내외에서 시도중인 가상현실(VR)과 소셜미디어의 조합 'VR저널리즘' 등 ICT 발전에 더 큰 변화를 겪으며, 더 많은 대중과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언론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보수적 영역으로 분류되던 언론이 ICT 산물인 소셜영역에 힘입어 대중과 가까워지면서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언론은 영상, 실시간 생방송 등으로 소셜영역에 진출해 대중과 접점을 가질 것이며 그 파급력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셜절친' 언론-대중, 존중·신뢰로 서로 마주하라

현재 언론과 대중은 '소셜 채널'을 매개로 빠르게 가까워져 '절친'이라 불릴 만한 위치까지 와 있다. 언론은 대중이 원하는 정보를 공급하며 파급력을 높이고, 대중은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에 신뢰감을 갖고 접근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런 언론-대중의 친밀관계에서 상호존중과 신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존중과 신뢰는 인간관계에서 언급되는 덕목이지만 언론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대중과 사회권력을 감시하기 위한 정당성을 대중에게서 얻는 언론 사이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흥미위주의 뉴스를 다루면서 '낚시성 정보', '가짜뉴스', '무단 광고성 기사', 편향적 보도 등을 양산해 대중을 기만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중의 불신을 일으켜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흥미위주의 뉴스를 다루면서 '낚시성 정보', '가짜뉴스', '무단 광고성 기사', 편향적 보도 등을 양산해 대중을 기만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중의 불신을 일으켜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례로 최근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관심 있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명분하에 연예·스포츠·게임 등 흥미 위주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때가 있다. 또 정치사회 영역에 있어서도 지엽적인 내용을 부풀리거나 소위 '낚시성 정보'나 '가짜뉴스' '무단광고 기사' '편향보도' 등을 양산해 대중을 기만하는 때도 있다. 여러 언론 관련 협회나 네이버카카오 검색제휴위원회, 신문윤리위원회 등이 이를 막고 있으나 암암리에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언론 전체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커져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대중도 비판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대중은 스마트 디바이스로 다양한 언론정보를 접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는다. 하지만 다소 딱딱한 내용이거나 분량이 긴 글은 그냥 지나쳐버린다. 물론 디바이스 특성상 집중이 어렵다는 점은 있으나 기사 중요도나 객관성, 내용은 간과한 채 보기 편하고 가볍게 볼만한 콘텐츠 위주로만 구독하는 사례가 흔하다. 이는 언론영역에서 흥밋거리나 자극적인 내용 위주로 기사를 양산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 과거 '3S(Screen·Sport·Sex)정책'을 실시했던 제5공화국 당시 사회를 스스로가 자초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중은 흥밋거리나 자극적인 뉴스콘텐츠만 찾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언론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스스로의 견해와 사실을 전달할 언로를 막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대중은 흥밋거리나 자극적인 뉴스콘텐츠만 찾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언론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스스로의 견해와 사실을 전달할 언로를 막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처럼 언론과 대중은 현재 친밀한 관계에 있으면서도 상호간 비판과 불신을 초래하는 행동들로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언론계와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경계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지키기 위한 자체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 편향보도와 흥미위주 정보양산은 대중의 언론신뢰도를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게 만들 수 있다”면서 “대중의 신뢰가 없는 언론을 두려워할 사회권력층은 없으므로 '정론직필'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도 흥미위주의 보도가 아닌 사회적 진실이 담긴 보도들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글을 읽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은 물론 언론과 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