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종편·케이블의 반란, 드라마·예능·교양·뉴스까지

05, 07, 09, 11 그리고 13번 채널까지 지상파가 최고의 방송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국내 지상파(ground radio wave, 地上波) 방송은 KBS, MBC, SBS(지역민방), EBS 등이 있으며 지상파 DMB 또한 지상파 방송으로 분류할 수 있다.

EBS와 지상파 DMB도 분류상 포함되기는 하지만 우리는 드라마, 예능, 교양, 뉴스 등 모든 프로그램을 KBS1, KBS2, MBC, SBS의 네 개 방송에서 선택했었다. 엄청난 과거의 이야기 같지만 2010년까지는 명확하게 해당됐던 이야기이다.

2009년 7월 22일 국회에서 통과된 방송법·신문법·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등 미디어 관련 법에 따라 만들어진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은 뉴스를 포함해 드라마, 교양, 오락, 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편성할 수 있는 방송채널로, JTBC, 채널A, TV조선, MBN 등이 있다. 지상파와 종편은 아니지만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담당하는 케이블 채널로 tvN과 OCN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는 tvN…JTBC·OCN 바짝 추격

배우들에게서 '끼워넣기'식 출연무대로 인식됐던 케이블채널 드라마는 '미생'과 '응답하라' 시리즈를 시작으로 인기드라마의 패권을 가져왔다. (사진=tvN제공)
배우들에게서 '끼워넣기'식 출연무대로 인식됐던 케이블채널 드라마는 '미생'과 '응답하라' 시리즈를 시작으로 인기드라마의 패권을 가져왔다. (사진=tvN제공)

케이블 방송 초창기에 tvN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은 배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많은 배우가 정중하게 출연을 거절했고, 출연에 응한 배우들은 지상파 드라마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거나 tvN이 CJ E&M계열이기 때문에 CJ가 투자/배급하는 영화에 출연하고자 끼워넣기식으로 출연을 결심한 사례도 있었다.

이전에도 흥행한 드라마가 있긴 하지만 드라마하면 tvN을 드라마의 메카로 만든 작품은 '응답하라'시리즈와 '미생'이다. KBS 프로듀서였던 신원호 PD, 박성재 PD가 이적해 만든 '응답하라 1997'은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 방송돼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응답하라 1997은 방송의 흥행과 더불어 정은지(성시원 역), 서인국(윤윤제 역) 등 신인을 주연으로 발탁했고 신소율(모유정 역), 은지원(도학찬 역), 호야(강준희 역)를 주목받는 연기자 대열에 올렸다. 끊임없는 시청자 호응 속에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가 이어졌다.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시그널'은 케이블 드라마의 시간이동, 형사 추리극의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고, OCN의 '보이스'와 '터널' 및 tvN의 '도깨비'에도 정서적 영향을 미쳤다.

각 시대별 모습을 반영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응답하라' 시리즈는 케이블 드라마 전성시대를 이끈 또 하나의 작품으로 불린다. (사진=tvN제공)
각 시대별 모습을 반영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응답하라' 시리즈는 케이블 드라마 전성시대를 이끈 또 하나의 작품으로 불린다. (사진=tvN제공)

도깨비는 케이블 드라마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대작인데, 젊은 층은 TV가 아닌 PC와 폰으로 본방을 사수하기도 한다는 점, 방송 후 뜨거운 반응, 지상파 드라마보다 리뷰기사에 대한 조회수가 월등히 높다는 면을 고려하면 실제 시청률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JTBC 또한 최근 드라마에서 각광받고 있는데, 박보영(도봉순 역), 박형식(안민혁 역), 지수(인국두 역)가 활약한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박해진(김설우 역), 박성웅(여운광 역), 김민정(차도하 역), 연정훈(모승재 역), 채정안(송미은 역) 출연의 '맨투맨' 또한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같은 드라마, 신선한 소재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케이블 드라마

tvN 드라마를 필두로 OCN 드라마, JTBC 드라마가 약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소재의 다양성 및 새로운 형식에 대한 자유로운 추구를 들 수 있다. 케이블 및 종편 드라마는 흥행이 될 수 있는 소재이면 어떤 내용이든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소재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편성의 자유다.

일반적으로 지상파 드라마는 1시간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앞 뒤 프로그램이 짜여 있어서 방송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즉,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많이 잘라내야 할 수도 있고, 크게 할 이야기가 없어도 시간을 채워야 한다.

케이블TV 드라마는 소재나 형식면에서 선택의 폭이 자유로워 제작진과 배우들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드라마 '도깨비'는 러닝타임은 물론 신선한 소재로 대중에게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케이블 TV드라마다. (사진=tvN제공)
케이블TV 드라마는 소재나 형식면에서 선택의 폭이 자유로워 제작진과 배우들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드라마 '도깨비'는 러닝타임은 물론 신선한 소재로 대중에게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케이블 TV드라마다. (사진=tvN제공)

'도깨비'는 60분에서 70분 사이의 편성이라는 기본적 틀을 지키면서도 회차에 따라서는 90분이 훨씬 넘게 방송되기도 했다. 제작진과 배우 감정선을 오롯이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를 편성하다보면 최초 계획보다 제작비가 더 많이 소요되기도 한다. 컴퓨터 그래픽(CG)이 추가되면 지상파 드라마는 추가 결제를 받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케이블 드라마의 경우 간접광고(PPL)을 늘려 추가 제작비용을 비교적 손쉽게 충당할 수도 있다.

표현하고 싶은 장면과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제작 PD에게는 연봉을 더 주는 것 이상으로 자부심을 높여주는 일이고, 이는 드라마의 완성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영화 제작을 기반으로 했던 CJ E&M은 드라마의 각 회차를 영화처럼 만들었다. 한 편의 영화를 16부작 드라마의 긴 호흡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16편의 연작 영화를 매주 2회씩 보는 느낌은 기존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뿐만 아니라 잠재적 영화 관객까지 tvN 드라마에 열광하게 만든 것이다.

◇예능과 교양, 뉴스까지 케이블과 종편이 대세

JTBC의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은 2015년 12월에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까지 꾸준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영화나 음반 홍보 혹은 자사 방송의 드라마 홍보를 위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아는 형님은 자사뿐만 아니라 타사 드라마, 타사 방송 프로그램을 홍보하러 나오는 게스트까지 모두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 많은 언론 매체 기사가 네이버로 모이듯이 아는 형님은 홍보와 이슈가 필요한 모든 연예인을 초대한다.

JTBC '아는형님'은 지상파에 국한됐던 예능시청자들을 케이블로 끌어들인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이다. (사진=JTBC 제공)
JTBC '아는형님'은 지상파에 국한됐던 예능시청자들을 케이블로 끌어들인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이다. (사진=JTBC 제공)

MBN '고수의 비법 황금알'과 '속풀이쇼 동치미' '엄지의 제왕', TV조선 '내 몸 사용 설명서', JTBC '썰전' 등은 교양과 예능, 시사와 예능을 접목해 보는 즐거움과 배우는 재미를 동시에 전달한다. 즐거워야 재미있다는 최근 콘셉트에 최적화된 종편 교양 프로그램은 많은 고정 시청자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뉴스 또한 종편의 시대다. 'JTBC 뉴스룸'이 국민 뉴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시청자들의 믿음은 제보로 이어져 더 빠르고 더 정확한 뉴스라는 인식이 확장되고 있다.

종편과 케이블 반란을 넘어 이젠 종편과 케이블이 대세인 시대에 살고 있다. 지상파가 영원한 대세가 아니었듯, 종편과 케이블도 시대 개념이 변화하면 언제든 다른 매체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송 콘텐트 제작자들은 힘들어지겠지만 시청자는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공급자가 주인이 아닌, 소비자가 진정으로 주인인 세상이 왔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