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증시도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개장 직후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넘긴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일시적 숨고르기 현상이라며 연내 2500선을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금융기관들도 새 정부가 추진할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64P 하락한 2270.12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1.34P 오른 2294.10으로 장을 열었다. 장중 한 때 2300을 넘어 역대 최고가인 2322.22 기록했다. 이후 하락 반전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코스피지수 하락이 대선 전 가파른 주가 상승에 따른 숨고르기로 해석했다. 실제 이날 외국인들이 1082억원을 순매수하는 동안 기관은 391억원, 개인은 994억원을 각각 매도했다.
지난 8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던 삼성전자 주가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02% 하락한 228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강현기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는 대선 마무리로 정치 위험이 완화되면서 악재가 해소된다는 인식 확산으로 사상 최고치를 쓰고 있다”며 “다만 현재 코스피 움직임이 너무 빨라 상승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증시 숨고르기에도 불구하고 장기 전망을 속속 높여 잡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코스피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수준에 불과해 보수적 기준을 적용해도 15%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며 코스피 전망치를 2580으로 올렸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 개선과 그에 따른 수출 증가 등 국내외 경기여건이 좋아지고 있고 국내 기업실적도 높아지고 있다”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나 기업가치 대비 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기업실적 개선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KB증권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고 코스피 전망치를 2350∼2450으로 기존 대비 100P 상향 조정했다.
배성영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 사상 최고치 경신 이유는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지고 있다”며 “외국인 수급 강화와 함께 시장 방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선 이후 차기 정부에 대한 정책 기대가 중소형주 투자 심리를 서서히 개선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새 정부가 추진할 재벌 개혁 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새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으로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 저평가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다.
마크 모비어스 템플턴 이머징마켓 그룹 회장은 “재벌 개혁이 이뤄진다면 기업들이 보다 나은 기업 지배 구조로 변화해 다른 글로벌 시장에 비해 한국 시장이 낮게 평가되고 있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도 새 정부 출범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이 예상외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이 일부 영역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율 인상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했다.
일각에선 증시 과열 우려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이제 국내 증시가 지정학적 위험과 취약한 지배구조, 저배당 등으로 평가를 못 받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코스피는 경제규모 등을 고려하면 2350 수준이 적정하며 2400∼2500 수준은 거품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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