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문재인 정부 공식출범과 함께 통신·에너지 등 대기업 영위 규제산업 쪽은 상당한 긴장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반대로 육성 의지가 재확인된 중소·벤처업계는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대감이 흘렀다.
대통령 인수위가 없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간 정책 조율을 위한 기간이 없거나 짧고, 당장 공약 실행에 들어가는 만큼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잖을 전망이다.
중소·벤처업계는 전반적으로 기대감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중소기업계 숙원사업인 '중소벤처기업부' 확대 신설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또 연대보증제 폐지, 벤처캐피털 설립을 위한 자본금 요건 완화 등 업계가 바라던 정책이 상당수 공약 사항에 반영됐다. 자본시장 육성을 통해 혁신벤처기업 중심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의지도 내비쳤다.
우선 중소기업계는 문 대통령이 중소기업계 사기 진작에 나서주길 요청했다. 청와대 초청 행사로 치러지는 중소기업주간 행사 개최 등을 조속히 확정해주길 바랐다. 중소기업 주간 행사는 당장 다음주 15일부터 일주일간 열린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전임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이틀 만에 중소기업계를 찾았다”면서 “당선과 동시에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 대통령 입장을 이해하지만, 일자리 창출에 중소·벤처기업계의 역할이 큰 만큼 창업활성화와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에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 육성 관련 거버넌스 구축도 언급했다. 산업부 외청 수준인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 신설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위상 강화 등 후속절차가 이뤄지길 요청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가 우려하는 내용도 있다. 취임 일성으로 밝힌 일자리 100일 계획에 담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특별조치는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행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30% 줄이는 것은 생산현장에 직접 타격이 된다고 호소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설비 투자 악화, 추가 인력 확보로 인한 인건비 부담 등을 애로사항으로 들며 단계적 단축을 주장했다.
중소기업계와 달리 주요 개혁대상으로 꼽힌 재벌 대기업은 긴장 상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지원보다 규제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재벌 개혁으로 인해 대기업 분야는 지배구조개편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4대 주요 재벌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현재로선 '경제경찰'로 불리는 공정위 위상 강화와 경제력 집중을 위한 지주회사 제도 및 금산분리 규제가 강화가 예상된다. 이미 후보시절부터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막고, 불공정거래행위를 엄벌하겠고 강조해왔다.
또 자체 쇄신작업을 진행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존립도 위태롭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경련을 정경유착 고리로 지목하면서 해체를 요구해왔고, 후보 시절 경제단체와 만남 자리에도 부르지 않았다.
주요 산업별로 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통신이다. 대표적으로 '기본료 폐지'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모든 이동통신 가입자 기본료 1만1000원을 일괄 폐지,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통신업계와 전문가 반대는 상당하다. 5500만 가입자 기본료를 일괄 인하하면 연간 8조원 가까운 매출이 사라진다. 지난해 기준 3조6000억원이던 통신3사 영업이익이 단숨에 4조3000억원대 적자로 돌아선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통신업계는 '객관적 검증'과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신비 비교, 통신사 현금 흐름, 통신요금 구성 요소 등이 중점 검증 대상이다.
통신업계는 OECD에서 한국 통신비가 싼 편이고, 통신사 현금 흐름이 실제로는 적자일 때가 많으며, 통신요금에는 단말기·부가서비스 등 통신 이외 요금이 다수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 첫 업무지시가 일자리인데, 통신 인프라 투자는 직·간접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통신3사는 연간 6조~7조원을 설비에 투자하는데, 유무선 통신서비스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4.36%로 에스토니아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통신 업계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 여력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수익을 내기 위한 통신 업계 노력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해줘야 투자 유인이 생긴다”면서 “과감한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 할 수 있도록 차분한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와 대기업 개혁 관련 진통이 곳곳에 예상된다. 경제정책 관련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조정기구를 설립하고 새 정부가 앞장서 원할한 소통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낸 보고서에서 “재벌개혁과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재도 개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