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과학교육이 '과학소양 함양'에 집중한다면 대학교육은 실무 중심으로 재편된다. 공과대학 졸업생의 지식이 산업계 수요와 괴리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대 혁신' 정책 성패에 4차 산업혁명 명운이 달렸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과학인재 양성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새로 나온 '공대 혁신방안'이 올해 본격 시행된다. 공대혁신안은 2014년 마련돼 지난해 보완과정을 거쳤다. 현장맞춤형 인재 양성, 공학교육 리더십 확립, 기업의 공학교육 참여가 핵심이다.
이 중 'X-Corps 사업'으로 불리는 '현장맞춤형 이공계 인재양성 지원사업'이 최근 첫 발을 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4개 대학 403개 연구팀을 첫 사업단으로 선정했다. 기업 활동의 난제를 공대생 연구개발(R&D)로 해결하는 주니어 연구팀이다.
연구팀이 직접 발굴하거나 제시된 R&D 과제를 수행한다. 참여 학생은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실전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미래부는 연간 800만~1000만원 비용을 지원한다. 학부 때부터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R&D 역량을 기르겠다는 취지다.
기업-대학 간 협업, 기업의 공학교육 참여는 세계적 흐름이다. 미국은 기업과 대학이 주기적으로 워크숍을 개최해 현장 수요를 교과 과정에 반영한다. 기업은 대학 스폰서십 학생 멘토링, 실무 강의를 통해 대학교육에 직접 참여한다.
중국도 공대를 국가혁신 핵심 주체로 내세웠다. 칭화대는 칭화홀딩스, 칭화사이언스파크, X-랩을 보유했다. 기술사업화를 담당하는 칭화홀딩스는 연간 매출이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식 응용을 강조하는 실용연구에 주력, 국부 창출과 산업경쟁력 강화의 1등 공신으로 올라섰다. 칭화대-기업협력위원회에는 190여개 기업이 참여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된다. 기업의 경영 컨설팅과 기술 진단, 기술 이전과 사업화 지원을 체계화한 조직이다.
올해 하반기 시행되는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학기술유공자법)'은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교육 현장에 투입할 근거를 마련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전문경력인사 초빙활용지원사업'을 활용, 유공자가 지식과 경험을 전수할 때 최장 3년간 월 300만원 강의료를 지급한다.
과학기술유공자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교수직에 위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출연연 출신 과학기술유공자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소속으로 채용해 연구와 강의를 지원한다.
과학기술계 세대 간 교류 장인 '세종과학기술인대회'를 정례화한다. 박사과정생, 박사후연구원이 참여하고 과학기술유공자가 연사로 나서는 대규모 강연·토론회다. 신진연구자 연구 동기를 부여하고 경력, 경로 설정을 지원한다.
과학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은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교사 양성에 활용하는 등 역량을 최대한 활용한다”면서 “우리나라도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예우하는 동시에 미래 인재 양성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