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은 산업, 의료, 재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힘든 중소·중견기업에서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을 활용한다면 기업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문전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장은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와 로봇이 한 공간에서 안전하게 작업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협동로봇을 연구 개발하는 로봇 전문가다.
협동로봇은 인간과 가까운 거리에서 작업을 도와주는 첨단 로봇이다. 작업자와 로봇이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는 형태로 위험한 작업이나 반복적인 공정에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분야 대기업이 구축한 산업용 로봇은 수억원에 이르지만, 협동로봇은 수천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어 중소·중견기업이 다양한 작업에 투입할 수 있다.
문전일 센터장은 “협동로봇은 최근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협동로봇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하면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할 수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중요한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산업 현장에서 물건을 실어 나르는 무인운반 로봇인 '모바일워커 로봇(Mobile Worker Robot)'을 개발했다. 생산공정과 물류 현장에서는 주로 사람이 물건을 옮겨야하는데 모바일워커 로봇을 사용하면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모바일워커 로봇에는 반력 측정 센서 기술이 탑재돼 로봇에 올려진 물건의 무게하중을 측정해 스스로 힘을 분산할 수 있다. 또 IoT와 AI를 적용해 물류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로봇끼리 자동으로 분리했다가 합체하는 협업제어가 가능하다.
문 센터장은 또 사람을 대신해 금형 드릴링작업을 할 수 있는 '딥드릴 로봇(Deep Drill Robot)'도 개발했다. 그는 “작업자가 장시간에 걸쳐 금형에 구멍을 뚫는 작업은 신차개발에서 필수적인 작업이지만, 자동화가 어려워 금형업체들은 일관성 있는 품질 확보와 작업자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딥드릴 로봇은 로봇팔 제어 기술, 힘 제어 기술, 경로생성 기술, 동역학 시뮬레이션 기술 등을 적용해 3차원 도면 정보를 로봇이 자동으로 읽어 로봇팔이 금형작업을 수행한다. 이 로봇은 현재 지역 자동차 부품 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문 센터장은 DGIST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 20여년간 기업에 몸담으며 산업용 로봇을 개발해 왔다. 그는 협동로봇뿐만 아니라 재활운동 보조 로봇 기술 기반 의료로봇도 개발 중이다.
다양한 로봇을 연구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부터 한국지능형로봇표준포럼 의료로봇분과위원장을 맡아 '의료로봇 국제표준화' 한국 대표로도 활동하며 의료로봇 기술 선진화를 이끌고 있다.
문 센터장은 “다빈치와 같은 의료로봇의 세계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인허가에 적합한 국제표준이 없는 상황이라 안전과 성능을 충분히 검증하기가 미흡한 실정이다”면서 “기술력을 갖춘 국내 의료로봇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시장에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 작업에 동참하고 선도함으로써 한국산업표준을 마련하는데도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