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광화문수첩]문 대통령의 4차 산업혁명 실천의지

'광화문'은 우리에게 여러 의미를 던진다. 조선 시대에는 '왕실의 얼굴'이었고 지금은 시민의 공론장 역할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을 천명했다. 반권위·투명·현장중심 대통령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광화문 청와대 시대를 맞아 주요 국정 현안과 정책을 현장에서 꼼꼼히 짚어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파격행보다. 어찌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행보일 수 있으나 지난 정부와 비교되면서 집중적 관심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사저를 나서기도 전에 페이스북에 '대통령 일정'을 공개했다. 대통령의 일정은 철저히 보안사항이었다. 기자들이 취재해 일정 기사를 쓰는 것 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후보 시절 민주당 선대위 출입기자단들과 등산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후보 시절 민주당 선대위 출입기자단들과 등산을 했다.

인사 발표도 숨 쉴틈 없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상황에 따라 발표 몇 시간 전이나 몇 분 전 출입기자에게 엠바고(보도시각)를 설정한 사전 자료를 제공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환경에 출입기자들 역시 적잖게 당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는 기자들과 산행도 즐겼다. '셀카'도 찍었다. 14일에는 대통령 내외가 입양키로 한 유기견 사진까지 공개했다. 대통령 일정은 물론이고 사저 관련 일상 생활까지 공개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우스갯소리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기자와 경호원은 '극한 직업'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조기 대선으로 탄생한 새정부에 대한 국민들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크다. 지난 나흘간 문 대통령이 보여준 탈귄위적 모습과 소통 방식은 기대 이상으로 신선했고, 때론 시원했다. 일본 아베 총리와 첫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에 돌직구를 날렸다. 지난 정부의 위안부 협상 정책 수정을 시사했다. 문재인식 정상외교 단면을 보여줬다. 향후 국정 운영방식도 충분히 읽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청와대 직제 개편이다.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서둘러 발표한 점은 이해가지만 개편 내용에 대한 상세 설명에서는 부족함을 드러냈다. 기자들의 추가 질의에도 명확한 답변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신설된 경제·과학기술보좌관 체제는 한줄짜리 설명으론 아쉬움이 남았다.

경제보좌관은 경제수석과의 역할 구분이 불명확했다. 과학기술보좌관은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담 조직이라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기존 미래수석실의 역할 중 과학기술만이 이관됐는지, 정보방송통신 기능도 포함된 것인지 아리송했다.

공중분해된 듯한 느낌을 받은 청와대 담당 직원들 역시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단순히 참여정부 시절 정보과기보좌관이 과학과 ICT를 모두 맡았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도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전부였다. 직제개편 발표 이후 별도 지침이 없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으뜸 정책은 '일자리'다. 일자리수석뿐만 아니라 창업의 싹을 틔울 과기보좌관도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과기보좌관실이 새 정부 얼굴이자 국정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정 향수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발전적이고 뚜렷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관련 산업계와의 소통이 필수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행보만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실천의지도 보여줘야 한다.

[성현희 기자의 광화문수첩]문 대통령의 4차 산업혁명 실천의지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