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거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신규 투자가 적극 나서고 있다. 현지 업체와 신규 합작법인을 세우거나 기존 생산라인을 확대한다. 현대기아차도 '빅2'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5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중국·독일·프랑스·일본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신규 진출과 생산력 확대를 위한 인도시장 투자에 나서고 있다. 검토 중인 계획까지 합치면 투자 규모는 80억∼100억달러(약 9조200억∼11조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는 세계 5위 자동차 시장이지만 최근 시장 규모가 해마다 7% 이상 성장해 오는 2020년이면 중국, 미국 다음으로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으로 추정된다. 13억명 인구 대국이지만 자동차 보급률은 아직 1000명당 32대에 불과해 시장 잠재력도 뛰어나다. 여기에 극심한 대기오염 탓에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최근 1조2000억원을 들여 인도에 첫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착공해 2019년부터 현지 전략형 소형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생산할 방침이다. 시장점유율 2위 현대차는 기아공장을 기반으로 현지 생산량을 현재 65만대에서 2021년까지 100만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인도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현지 업체인 마루티-스즈키가 47.3%로 가장 높았고, 현대차(17%)가 뒤를 이었다. 3위는 마힌드라&마힌드라(7.7%)가 차지했다.
일본 스즈키도 현지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즈키는 7억8000만달러(약 8800억원)를 투자해 2020년 초까지 인도에 세 번째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에 스즈키의 인도 생산능력은 연간 225만대 규모로 지금보다 30% 늘고, 글로벌 생산의 60%를 차지하게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공장 건설 등 스즈키가 내놓은 계획까지 합치면 전체 투자 규모는 2조∼3조원으로 추정된다.
일본 토요타도 최근 '렉서스'를 앞세워 인도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했다. 토요타는 뉴델리·구르가온 등 지역에 대리점을 마련하고 '렉서스RX SUV'와 세단을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그룹이 힌두스탄자동차를 소유한 인도 CK비를라 그룹과 손잡고 현지에 다시 진출했다. PSA는 CK비를라와 합작법인을 세운 뒤 1억유로(약 1200억원)를 투자해 2020년부터 연간 10만대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인도 타타자동차와 자동차 공동개발에 착수했고, 이탈리아 피아트도 인도를 지프 SUV 수출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신규투자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차(SAIC)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부문 1위인 창청은 인도에서 각각 공장을 건설하려고 지방 정부와 협상 중이다. SAIC는 최근 인도에 'MG 모토'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등록하고 내년 말이나 2019년 초 현지 생산을 통해 중형 SUV부터 판매할 전망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