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올해 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3대 전략 연구 분야로 에너지, 의료기기, 로봇을 설정했다. KERI 연구 역량을 3대 분야에 집중해 4차 산업혁명 적용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역할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KERI가 3대 분야에서 그동안 축적해 온 연구 성과와 이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3대 주력 연구 분야의 비전을 짚어 본다.<편집자주>

에너지는 과거 산업혁명을 가능케 한 기반 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에너지 기술, 에너지 혁신을 빼놓고 논하기 어렵다.
KERI의 역사는 우리나라 전기에너지 기술 개발의 역사이자 발전사와 다름없다.
KER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국가 전력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해 운영할 수 있는 전력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 확보를 에너지 분야 목표로 잡았다.
현재 에너지 산업의 화두는 기후변화 대응이다. 글로벌 신기후체제는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화석 연료로 인한 미세먼지는 심각한 국제 사회 난제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출범 후 경제성보다 환경과 안전 우선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시스템 엔지니어링은 국가 전력망 전체를 어떻게 구축을 할 것인가 하는 개념 설계에서 기기 개발과 적용, 운영까지 관통하는 통합 기술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사용이 늘면 분산 전원이 필요하다. 초고압직류(HVDC) 송전망 등 전력 계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설비와 기술이 도입되면 전력시스템 전체에 걸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전력 계통 변화의 제어, 관리, 운영을 효율화하는 것이 전력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발전설비 용량 1억㎾ 시대를 열었지만 이에 걸맞은 시스템 엔지니어링 역량은 부족한 실정이다.
KERI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역량 확대를 위해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 늘려 왔다. 지난해 기준 에너지 분야 연구비는 320억원 이상으로 전체 연구비의 40%를 넘었다.
* 연구비 : 주요 사업(직접비 기준)과 수탁 사업(직접비+인건비)
* 총 연구비 중 분야별 투자 비중
올해는 신규 과제로 '미래 국가 전력망 최적 운영을 위한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대규모 국가 전력망 해석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이를 적용, 운영 효율을 검증하는 '실시간 하이브리드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한다. 이를 활용해 재해·재난에 따른 국가 전력망 복구 능력을 정립하고, 감시·운영 모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고도화도 추진한다.
KERI는 2014년에 전력 계통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차세대 EMS 국산화에 성공했다. 상용 EMS 개발 및 구축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다.
차세대 EMS는 전력 공급을 24시간 계획한 대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전력 공급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높여 주는 최신 시스템이다.

차세대 EMS 고도화 방향은 수출형 EMS와 응용 프로그램 및 평가시스템 개발이다. 해외 선진 EMS 규격을 만족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적용, EMS 기술과 사업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KERI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에너지 공급과 활용 혁신을 지원할 지능형 마이크로그리드(MG) 네트워크 기술, 스마트변전소 구현 및 응용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