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가과학기술연구회 첫 평가 '보통'…융합연구 1기 '절반의 성공'

[이슈분석]국가과학기술연구회 첫 평가 '보통'…융합연구 1기 '절반의 성공'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출범 후 첫 기관 평가에서 '보통' 등급을 받았다. NST는 지난 2014년 융합연구 활성화를 기치로 출범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지원·관리 기관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25개 출연연을 관리, 감독, 지원한다.

이번 평가는 NST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기관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NST 출범의 가장 큰 목적인 융합연구 활성화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출연연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성과도 이뤘다.

기술이전전담조직(TLO) 역량 강화, 비정규직 문제, 해외 협력 활성화 등 출연연의 오랜 숙제는 해결이 부족했다. 경영 투명성과 전문성도 제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변화의 틀 전반은 잘 잡았지만 각론의 내실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평가다.

16일 정부와 연구계에 따르면 NST는 최근 실시된 임무 중심형 기관 평가에서 '보통'을 받았다. 기관 평가 등급은 매우 우수(90점 이상), 우수(80~90점), 보통(70~80점), 미흡(60~70점), 매우 미흡(60점 미만)으로 나뉜다.

NST는 우수 등급에 약간 못 미치는 보통 등급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연구회 경영, 연구 성과를 총 24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기관장(이상천 이사장) 평가까지 포함됐다. 기관장이 취임 후 세운 경영계획서가 얼마나 제대로 수행됐는지 평가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NST가 최근 이뤄진 기관 평가에서 '보통' 등급을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세부 평가 점수나 항목별 평가 내용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말 초대 이사장 임기가 끝나는 '1기 NST'의 가장 큰 성과는 융합연구 활성화다. NST는 기존의 두 연구회를 통합해 만들어졌다. 2014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출연연 관리·지원 기관은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로 나뉘었다.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융합연구를 활성화하려면 출연연 간 경계부터 허물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NST가 출범했다.

1기 NST는 다소 충실하게 임무를 이행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출범 초부터 융합연구 과제와 연구단을 적극 발굴했다. 융합연구단은 복수의 출연연과 기업 인력이 결집해 연구하고, 과제 종료 후 소속 기관으로 복귀하는 일몰형 조직이다. 출연연 연구자는 과제 책임 기관에 결집, 공간을 공유하며(On-Site) 연구한다.

2014년 에너지·화학연료 확보를 위한 융합 플랜트 핵심 기술 개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도시 지하매설물 모니터링 및 관리시스템 기술 개발 연구단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1개 연구단을 구성했다. 일정대로라면 올해 말 융합연구단의 첫 연구 성과가 나온다.

융합연구단은 연구개발(R&D) 평가, 관리에도 선진 기법을 도입했다. NST 융합연구단에 우선 적용된 '책임평가위원제'는 연구과제 기획, 선정에 참여한 전문가가 과제 종료 시까지 평가·자문을 맡는 전 주기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R&D 과제 선정과 중간, 최종평가 위원이 달라 전문성과 일관성 유지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시스템에서 평가위원은 R&D 과제를 상시 점검, 평가하는 것은 물론 자문 역할까지 수행한다.

NST는 결집형 일몰연구단 외에도 창의형 융합연구 사업, 민·군 융합기술 연구 사업, 선행 융합연구 사업 등 다양한 과제를 수행했다.

NST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소관 출연연의 임무도 명확하게 정립됐다. 출연연별로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투자 비중을 재설정했다. 기초·미래선도형, 공공·인프라형, 산업화형으로 각 출연연의 연구를 특화했다. 출연연 간 연구장비 공동 활용 체계도 개선했다.

NST 차원의 당면 과제에는 잘 대응했지만 출연연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문제는 크게 개선하지 못했다. 당장 기술사업화 분야의 평가가 엇갈렸다. 최근 출연연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개발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시장에서 상용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지적됐다. 출연연의 성과 확산이 연구회 임무로 제시됐다.

NST는 출연연 공동 TLO를 설치, 운용하는 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체 조직이 미비한 후발 출연연 지원, 선도 출연연 TLO 맞춤 지원 등을 목표로 삼았다. 해외 기술 이전, 유망 기술 사업화 등 출연연 공통 지원 서비스도 운용했다.

그러나 통합 연구회 출범 3년 이후에도 개별 출연연의 TLO 역량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출연연 TLO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이 직원 신분 불안 야기는 물론 TLO 전문성까지 약화시킨다고 봤다. NST 차원의 중소기업 지원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개별 출연연의 기술사업화 역량은 크게 높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은 출연연의 구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5월 기준 출연연의 비정규직은 정규직 3분의 1가량에 이를 정도다. 평가에서 이 같은 문제가 애써 만들어 놓은 융합연구단 성과마저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융합연구단 파견 인력 상당수가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해외 협력 강화도 차기 NST의 숙제로 남겨졌다. 개별 출연연 차원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해외 협력, 기술 수출 지원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불거진 간부급 직원의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예산 부당 집행도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일탈은 경영 투명성과 전문성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융합연구단 사업으로 출연연 간 공통 어젠다를 발굴하고 융합연구를 활성화한 것은 전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TLO와 비정규직 문제, 지난해 감사 받은 예산의 부당 집행 문제 등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