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대만한인경제인연합회 회장 "한국도 대만처럼 강한 중소기업 키워야"

“대만은 알부자 천국이다.”

조정호 대만한인경제인연합회 회장.(사진=대만한인경제인연합회 제공)
조정호 대만한인경제인연합회 회장.(사진=대만한인경제인연합회 제공)

조정호 대만한인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경제는 강소기업이 이끄는 탄탄한 구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당시 동남아시아 전체가 쑥대밭이 됐는데도 대만은 멀쩡했다”며 “한국도 강한 중소기업을 키워 경제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회장은 대만 내 덕망 높은 사업가다. 현지 여행업계 1위 산푸투어유한공사 대표다. 대만한인회 회장에 이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만 지회장도 지냈다. 그는 “산업 특성상 중소기업 영역이 있는데, 한국 대기업은 돈만 된다 싶으면 문어발식 확장으로 중소기업 설 자리를 뺏는다”며 “중소기업 성장 토대가 대기업에 위협받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일부 대기업이 경제를 지탱하는 가운데, 고임금과 노사 문제로 불안을 겪는다”며 “반면 대만은 유명 기업이 많지 않은 대신 묵묵히 티내지 않고 돈을 버는 알짜배기 중소기업이 널렸다”고 설명했다.

대만을 둘러싼 위기론에 대해선 강하게 반박했다. 조 회장은 “대만 경제가 최근 정체돼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현지인 시각은 정반대”라며 “대만 특징은 원래 등락 없이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중국은 대만을 같은 민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과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며 “대만 회사 공장도 중국에 다수 진출해 있어 대만 경제를 직접 겨냥한 압박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걱정도 있다. 대졸 신입사원 월급이 수년간 100만원 수준에서 오르지 않고 있다. 기대할 만한 업종도 보이지 않는다. 조 회장이 대만을 처음 찾은 3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발전한 모습도 없다. 앞으로도 이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 대만 대사관을 타이페이 대표부로 낮춰 부른다. 타이페이는 대만 수도다. 나라 이름 대신 도시 명칭을 쓴다. 공식 외교 관계가 없는 탓이다. 때문에 조 회장도 우리 정부에 직접적 도움을 바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대만과의 끈끈한 경제 협력을 당부했다.

조 회장은 34년 전 대만에 둥지를 텄다. 산푸투어는 타이페이 시내에 호텔 16개와 대형 관광버스 6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여행사 7곳도 운영한다. 한국에도 지사가 있다. 대만한인경제인연합회에는 유통, 서비스, IT, 관광 분야 우리 기업 70~80여 곳이 속해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