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이 넘는 영화는 국민의 큰 사랑을 받는 영화로 평가할 수 있다. 1000만 돌파 상영일수는 '명량' 12일이 최단기간이고 '왕의 남자'가 최장기간인 66일로, 평균은 36일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7년 4월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약 5172만2903명이다. 드라마 시청률은 전수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는 있지만, 드라마 시청률이 20%라고 하면 동시에 1000만명 이상 국민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심리적인 면으로는 영화의 파급력이 더 강할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드라마 파급력이 훨씬 더 큰 것이다. 20% 이상 시청률을 유지하는 드라마는 매회 1000만 관객(1000만 시청자)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것도 36일이 아닌 동일한 1시간 내에 이뤄지는 것이다.
드라마의 파워는 리뷰 기사의 조회수를 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드라마가 끝난 직후 드라마 리뷰 기사의 조회수 변화는 영화 개봉 후 리뷰 조회수 변화 추이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
◇드라마를 보는 이유.
![사진=tvN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3984_20170517172106_538_0001.jpg)
시청자들이 본방 사수를 하며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문화예술 장르를 바라보는 관객이 바라는 것 중의 하나는 감정이입이다. 작품 속 주인공이 돼 내가 현실에서 살지 못하는 삶을 잠시나마 대신 살고 싶은 판타지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작품의 경우 많은 시청자가 비난을 하면서도 그 작품 속에 빠져든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는 너(드라마 속 막장 주인공)보다는 괜찮다는 심리적 비교우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도 주변 가십거리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 또한 그들보다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고 더 행복한 사람이라는 확인을 스스로 받고 싶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를 포함한 문화예술 장르의 제작진은 이런 관객 마음을 잘 헤아릴 필요가 있다. 관객이 감정이입해 대리만족의 판타지를 느끼게 할 것인가, 주인공보다 비교우위를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줄 것인가.
등장인물 중에 어떤 캐릭터는 감정이입하고 싶게 만들고 어떤 캐릭터는 비교우위를 느끼게 만들어 두 캐릭터를 공존하게 하면 많은 논란 속에서도 폭발적 입소문이 나는 이유기도 하다.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의 여주인공 윤소림
![사진=tvN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3984_20170517172106_538_0002.jpg)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이하 그거너사)' 리뷰를 매화 게재했는데 제7화에서는 여주인공 윤소림(조이 분) 캐릭터를 분석했었다. 윤소림은 정말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그 사람의 여린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한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갖지 말아야 할 마음이 있는데, 더 큰 문제는 본인이 인지한 상태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강한결(이현우 분)을 좋아하는 본인은 절대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 아니고 서찬영(이서원 분)과는 음악적으로만 연결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윤소림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강한결)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도 또 다른 누군가(서찬영)로부터 진한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데, 소극적인 양다리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이 강한결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윤소림은 이런 상황이 싫지 않은 것이다.
![사진=tvN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3984_20170517172106_538_0003.jpg)
리뷰를 본 많은 여자 독자가 공통적으로 표현한 것은 자신의 내면이 글로 써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끊임없이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른 채 가지고 있는 판타지일 수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윤소림은 남자의 로망이라기보다는 여자의 로망이다. 만약 윤소림이 남자 캐릭터였다면 윤소림은 여자의 로망이 아닌 남자의 로망이 됐을 수도 있다.
서찬영까지 윤소림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강한결의 사랑을 받아서 윤소림이 더 예뻐졌기 때문이라고 리뷰에서 언급한 부분에 대해 많은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알았냐고 피드백을 줬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랑하면 더욱 예뻐진다. 사랑을 받으면서 얼굴에 생기가 넘치게 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은 더욱 사랑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거너사에서 세 사람은 모두 뮤지션이기 때문에 아티스트적 감각이 더욱 배가됐을 수도 있다.
![사진=tvN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3984_20170517172106_538_0004.jpg)
제작진 관점이 아닌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남자가 여자 마음을 얻기 위한 교재로 여자들이 열광하는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연극을 볼 필요도 있다. 특히 뮤지컬, 연극은 수백 명의 여자 관객 사이에서 남자 관객은 서너 명뿐인 때도 많다. 이런 작품을 볼 때 여자를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흘려 넘기지 않고 그 작품 속 남자들이 어떤 매력을 뽐냈고 어떤 타이밍에서 어떤 디테일로 여심을 사로잡았는지 관찰해 내 것으로 만든다면, 어쩌면 나도 작품 속 주인공처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