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응급 대책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셧다운(가동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현장에선 후폭풍이 예상된다. 발전소를 가동하는 내부 인력뿐만 아니라 협력 중소기업은 준비 기간없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선 일자리와 생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6월 한달 동안 총 7기 가동이 전면 중단된다. 현재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화력은 △삼천포 1·2호기 △영동 1·2호기 △보령 1·2호기 △서천 1·2호기 △호남 1·2호기 등 총 10기다. 호남화력 1·2호기는 전력수급 안정성을 이유로 제외됐다. 영동 1호기는 바이오매스 연료전환 공사를 진행한다는 이유로 빠졌다.
셧다운되는 7기 발전소 내부 인력은 약 500명으로 추산된다. 외부 파견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이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내부에서 셧다운되는 인력은 총 150명 남짓으로 터빈 정비 등 다른 업무를 할 예정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동발전은 2020년에 삼천포 1·2호기를 폐쇄하고 중장기적으로 2025년 신재생 에너지 설비 35%를 확보하는 등 신재생쪽으로 힘을 실으면서 인력도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한 호기당 70명 내외”라며 “셧다운 기간 동안 담당 인력 업무가 정해진 바는 없지만, 계획예방 정비나 사내외 교육, 시뮬레이션 교육 등을 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한전 KPS나 석탄 수급, 터빈 운전을 돕던 협력업체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석탄화력 운전에 필요한 협력업체는 셧다운 기간 동안 일이 없다”면서 “파견업체들은 일한 만큼 월급을 받으니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걱정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설비 수리나 자재 수급 인력은 당장 일자리가 없어진다”면서 “발전소가 중소기업과 계약하면 보통은 하청에 하청으로 2단계 이상을 내려가다보니 정확한 인력 수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화력 발전소들은 지속적으로 사업이 줄면서 내부 건설 조직개편이나 인력조정을 하고 있다. 과거 발전설비 확대일로에서 미세먼지 등으로 신규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재생으로 방향을 틀지만 신재생 설비 건설은 투입 인력이 많지 않다.
석탄 발전소가 감소하면서 관련 협력업체도 설 자리를 잃는 상황이다. 조선산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던 조선기자재업체까지 발전소 장비 납품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심화됐다. 실제 조선기자재업체 케이씨는 한국남부발전 부산천연가스발전소에 I.C.C.P 장비를 공급했다. 조선기자재업체들은 체질을 개선해 화력 발전기 터빈 기술을 개발하고 원자력 발전소 부품 개발에도 나섰다.
협력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2020년까지 장기적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해서 우리도 그렇게 순서를 밟고 있었다”면서 “새 정부가 갑자기 중단시킨다고 하니 당황스럽고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대응 기간 없는 갑작스런 중단은 문제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조선기자재업체도 현재까지는 큰 영향이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며 “등록 규제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