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지진 생각보다 잦은 이유…국내 연구진이 찾았다

국내 연구자가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거대 지진의 새로운 원인을 밝혀냈다. 기존 학계의 가정보다 낮은 온도에서 광물이 녹아 윤활 작용을 하면서 단층면이 더 잘 미끄러지게 됐다는 원리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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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은 한래희 경상대 교수, 정기영 안동대 교수, 히로세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 박사와 공동으로 거대 지진 단층 마찰용융 과정의 새로운 원자 단위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단층 내 석영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200~350℃ 이상 낮은 온도에서 녹는 것을 최초로 관찰했다. 지진 발생시 단층면에는 마찰열로 암석이 녹는데, 이를 마찰용융이라 한다. 주로 규모 7~8 거대 지진에서 관찰된다.

지금까지 학계는 마찰 과정에서 온도가 급격히 증가하면 녹는점이 비교적 낮은 광물만 녹는다고 가정했다. 이 가정에 따르면 지각 구성의 주요 광물인 석영은 녹는점이 1726℃로 높아, 거대지진에도 녹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지진 발생시 단층면의 석영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녹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99% 석영으로 이뤄진 규암의 고속 마찰 실험으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단층에 존재하는 물질의 분광분석을 통해 기존 암석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고온석영'이 마찰 용융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단층면에서 석영 일부가 고온석영으로 바뀌고 고온석영이 선별적으로 용융된다는 의미다.

기존의 '비평형 용융 모델'과 차별화된 '준평형 용융 모델'이다. 광물이 낮은 온도에서 녹게 되면 용융된 광물이 윤활 작용을 하면서 단층면이 더 잘 미끄러지게 된다. 이는 거대 지진으로 이어진다. 새 이론은 비평형 용융 모델의 가정보다 더 자주 거대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새로 발견된 '준평형 용융모델'은 석영 외에 다양한 암석의 구성 광물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서 “규모가 큰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