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 핵심과제]신설 중소기업부, 1200여개 中企 정책 조정·평가 기능 강화해야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되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정책의 조정·평가 기능을 효율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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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중소기업 정책 관련 지원 사업 수는 1284개, 지원 예산만 총 16조5000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등 19개 중앙 부처가 265개 사업에 14조1374억원을 쏟아부었다. 지자체 등도 1019개 사업에 2조3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했다.

해마다 막대한 예산이 중소기업에 지원되지만 중소기업 정책 관련 컨트롤타워가 모호했다. 유사·중복 사업을 평가·조정할 주체가 없었다.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정책 주무 부처이지만 외청인 탓에 미래부나 산업부 등 상급 부처의 눈치를 봐야 하는 태생상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

올해 초 미래부가 발표한 '과학기술기반 창업중심대학 시범사업'이 중복 대표 사업의 하나다. 기술 창업 중심으로 대학 운영의 변화를 유도하고, 선도 모델을 조기에 육성·확산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사업은 중기청이 6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과 명칭만 다를 뿐 사업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같은 사업인 데도 중기청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할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정책을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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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소기업 규제 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한 '중소기업규제영향평가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중소벤처기업부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제도의 취지는 정부의 규제가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파악, 영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개선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활성화되지 않아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했다.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는 산업부의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은 이 제도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해 발생한 대표 사례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의류제조업계는 원단이 다른 코트·바지 등 개별 품목마다 색상별로 KC 인증을 받아야 한다. 건당 인증 비용만 수십만원에 달해 업계의 부담이 크다. 업계가 부담을 호소했지만 산업부가 공청회를 열지 않고 국회 의결을 거쳐 시행을 확정한 것이 문제가 됐다.

중기청의 중소기업규제영향평가제도가 제대로 작동됐다면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었겠지만 이 역시 '파워'가 부족한 외청의 한계에 부닥쳤다. 앞으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전 부처에 의무화해야 한다.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 육성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계는 국내 일자리의 97%를 담당한다.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은 2000년대 초 1차 벤처 붐 당시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국내 대표 신흥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정보기술(IT), 바이오 등에서 신산업을 창출하며 국가 성장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이들과 같은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창의 스타트업을 더 많이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청년 펀드 등을 신설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