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자동차 시장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 D세그먼트(중형급) SUV는 국산차와 수입차 시장을 막론하고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패밀리카, 시티카, 오프로더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C클래스는 디자인, 주행성능, 안전·편의사양, 실용성 등을 두루 갖춰 럭셔리 중형 SUV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GLC는 본래 GLK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2년 전 메르세데스-벤츠가 SUV 라인업 네이밍을 정리하면서 GLC로 변경됐다. C클래스를 기반으로 하는 SUV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이다. 바뀐 것은 이름뿐만이 아니다. 기존 GLK는 직선이 많이 사용된 각진 디자인이었지만 GLC는 신형 C클래스에 적용된 유선형 디자인을 입었다. 그 결과 세단과 SUV 장점이 고루 조화된 차량으로 탄생했다.
GLC 220d 4매틱 프리리미엄을 타고 서울에서 경기도 가평 축령산을 다녀오는 총 175㎞ 거리를 시승했다. 이번 시승은 시내 주행, 고속도로 주행, 오프로드 주행 등 다양한 도로에서 주행 성능을 검증할 수 있었다. 또 4인용 캠핑 장비를 트렁크에 싣고 시승 하면서 실용성도 알아봤다.
GLC는 전체적인 디자인이 신형 C클래스와 비슷하다. 전면부는 두 개의 가로 바(Bar)가 적용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커다란 '삼각별' 엠블럼, 한 줄의 LED 주간주행등(DRL), 볼륨감 있는 후드 등 전반적으로 C클래스를 떠올리게 했다.
옆모습은 크로스오버(CUV) 성향이 짙었다. 덩치가 커지면서 지붕과 트렁크를 유선형으로 만들고 무게 중심을 낮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기존 GLK는 트렁크 라인이 직각에 가깝게 떨어져서 SUV다운 느낌이 강했다. 뒷모습은 단순 명료했다. 삼각별 엠블럼과 붉은색 리어콤비네이션 LED 램프만으로 고급스러움도 강조했다. 또 크롬 패키지를 기본 적용해 두 개의 테일 파이프가 한층 더 스포티하고 다이내믹한 뒷모습을 연출했다.
GLC 차체 크기는 전장 4660㎜, 전폭 1890㎜, 전고 1640㎜다. GLK에 비해 전장 125㎜, 전폭 50㎜ 길어지고 높이는 30㎜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2875㎜로 기존 GLK보다 120㎜ 길어졌다. 그 결과 실내 공간과 트렁크 공간이 훨씬 넓어졌다. 특히 뒷좌석은 무릎공간이 35㎜가량 넉넉해지면서 거주성이 용이해졌다.
실내 인테리어는 신형 C클래스와 거의 동일하다. 클러스터 페시아(계기판),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 LCD 디스플레이, 공조장치, 조작버튼 등을 모두 공유한다. 운전석 시트는 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스티치까지 더해져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뒷좌석에도 동일한 가죽이 적용돼 고급스러우면서 편안한 공간을 제공했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에는 8.4인치 LCD 스크린, 3개의 송풍구, 공조장치 조작버튼, 인포테인먼트 조작버튼 등이 세로로 배치됐다. 기어박스 부분에는 기어봉 대신 '커맨드 터치 콘트롤러(인포테인먼트 조작 장치)'가 설치돼 있다. 다이얼 방식과 터치 방식이 조합된 이 조작장치는 운전석에 앉아서 인포테인먼트를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다.
트렁크는 기본 580리터를 제공한다. 골프백 4개, 보스턴백 2개를 싣고도 여유가 있는 공간이다. 실제 적재공간은 수치로 나타나는 것보다 크게 느껴졌다. 공간 구성을 잘한 덕분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4인용 텐트, 아이스박스, 타프, 테이블 등을 충분히 실을 수 있는 공간이다. 4:2:4로 폴딩되는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600리터까지 확장돼 스키, 숏 서핑보드 등 길이가 긴 물건도 넣을 수 있다.
GLC 220d는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m의 2143㏄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변속기는 9단 G트로닉을 장착했다. 뒷바퀴 굴림용으로 개발된 첫 9단 자동변속기이다. 9단의 촘촘한 기어변속은 신경을 곤두세워 변속포인트를 찾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럽게 맞물려 돌아갔다.
GLC는 시내주행에서는 부드러운 주행감을 제공했다. 디젤 엔진이지만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이나 노면음도 크게 들리지 않았다. 정숙성에 강점이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다운 세팅이었다. 시속 40㎞ 이하 저속 주행 시에는 디젤차량치고 우수한 정숙성을 보였다. 신호대기를 하거나 차량을 멈추면 '에코 스타트 스톱' 기능이 작동해 엔진이 자동으로 꺼졌다. 서스펜션은 차량의 속도, 도로 조건 등에 따라서 감도를 조절해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력을 시험해봤다. 가속페달(액셀레이터)을 힘껏 밟자 엔진음이 크게 들리면서 RPM이 순식간에 4000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시원한 가속감을 제공했다. 시속 100㎞ 이상 속도에서도 치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지 않았다. 제동성능도 우수한 편이다. 급격히 속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자, 원하는 만큼의 속도가 줄었다.
축령산에서는 약 40분간 오프로드 코스도 주행했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4매틱이 제기능을 발휘했다. 최신 4매틱 기술은 전륜과 후륜에 항시 45:55의 일정한 구동력을 전달해 도로 상황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했다. 도심형 SUV를 지향하지만 오프로드 주행성능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이번 시승을 마치고 얻은 연비는 13.7㎞/ℓ이다. 판매 가격은 6830만원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