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주요국 특사를 긴급 파견한 가운데 특사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나 양국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의 대미 특사단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문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면담 시간은 오후 3시50분부터 15분 가량, 장소는 대통령 집무실인 웨스트윙의 오벌오피스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3인이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문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고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히는 등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미 정부 대북정책의 한축인 압박과 제재를 북핵 해법의 전제로 내세우겠지만 특정한 조건이 되면 적극적 관여로 한반도 평화 정착의 조성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초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수사중단 외압 의혹으로 최대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특사과 과연 면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지만 접견 형식과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 특사는 특파원들과 만나 “한국의 대통령 특사가 오벌오피스에서 미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백악관이 이번 접견에 상당한 무게를 두었음을 강조했다.
중국의 반발로 민감한 현안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한국의 국회 절차 논의 필요성에 이해를 표시함으로써 배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특사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문 특사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도쿄 총리관저에서 약 30분간 아베 총리와 면담했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 시대 (한일간) 셔틀 외교 복원을 희망한다는 점을 전했다.
특사단은 아베 총리가 “오늘날의 한일관계는 그동안 많은 분이 우호 관계를 쌓아온 결과라며, 재작년 합의도 국가 간의 합의니 착실히 이행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한일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비교적 완곡하게 전달했다. 일본 정부 인사는 한일합의에 대해 “재협상은 없다”는 강경 방침을 강조해왔다.
이날 한중관계, 한·유럽 관계 발전의 주춧돌을 놓을 특사단도 잇따라 출국했다. 중국 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출국길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중 정상회담은 7월 G20 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1차로 할 수 있다”며 “지금 한중 관계가 아주 경색돼 있어 경제교류나 한류, 또 인적교류, 관광 이런 부분들을 많이 풀어내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독일 특사인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이날 출국했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먼저 방문한 뒤 독일로 향할 예정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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