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가 순풍을 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3.1%에서 3.4%로 0.3%포인트 신장을 전망했다. 완만한 경기 회복 과정에 들어섰다. 한국 경제도 비슷하다. 금융권은 올해 전망을 당초 2% 중반에서 일제히 3% 가까이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국내 경기를 받쳐 주는 기업 실적은 지난 1분기 코스피 상장 536개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6%, 영업이익 25% 각각 급증했다. 코스닥(장외 주식 거래 시장)도 상장 736개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기업들은 이때 벌어들인 최고치를 꽉 쥐고 있지 말고 수익력 향상에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경기 호조를 잇고 있는 일본의 재계는 기업들에 크게 3개 방향의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먼저 성장을 가속시키는 투자다. 평상시의 설비 투자를 넘어 성장 전략으로써 인수합병(M&A)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성장을 오래 이어 가기 위한 투자다. 유망한 기술의 연구개발(R&D)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일본 토요타 자동차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이익이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향후 2년 동안 10조원이 넘는 R&D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세 번째는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고용 확대와 임금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다. 인재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인건비 증가는 단기에 수익을 압박하지만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으면 서비스 질이 향상, 생산성이 오른다는 계산에서다.
마침 4차 산업혁명 바람이 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정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몇 개의 주요 기술 요소로 다소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즉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공유경제(셰어링 이코노미)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나간다는 것이다.
전국에 스타트업이 급증하고 있다. 아직 옥석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이들 스타트업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꽤 신뢰받고 있는 액셀러레이터들이 달라붙어서 지원해 주는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밸리의 스타트업 성장 지원을 위해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아산나눔재단(마루180), 엔젤투자협회,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털협회, M&A협회, N15, 인탑스 등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주선으로 '스타트업 플러스'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 대표 사례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과 '기업 성장 지원 기관'의 협력으로 스타트업이 성장 과정에서 만나는 장애물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지금 제조와 IoT가 연결되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열심이다. 대부분이 공장자동화(FA)로의 업그레이드가 한창이다. 제조업 산업단지를 4차 산업혁명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 예로 수도권의 의정부, 성남, 김포 등지에서는 3D프린팅 센터를 기반으로 지역 클러스터화를 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흐름을 타고 세계 각국이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는 전략이 눈길을 끈다. 제조업은 세계 전체로 보면 글로벌 GDP(국내총생산)의 16%를 차지하며, 6200만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계 수출의 3분의 2를 담당한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아서 GDP의 30%를 차지하며, 400만명의 일자리와 수출의 90%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독일, 스웨덴 등 제조업 강국들은 빠른 속도로 위기를 극복했다. 최근 들어 미국, 일본, 중국이 제조업 부흥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통된 점은 제조업을 '스마트 인더스트리'로 고부가 가치화하는 것이다.
한국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 총력 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산·학·연 연대 인식이 뚜렷하고 생태계도 상당 수준 갖춰져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지금이야말로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사회 혁신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