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추가경정예산과 내년도 420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 편성으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은 경기 회복을 위해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급증하는 나랏빚이 언제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도 추경을 편성하면 2015년, 2016년에 이어 3년 연속이다. 최근 5년 동안 정부는 2014년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추경을 편성했다. 규모도 매년 10조원을 넘겼다.
추경 편성은 우리 경제에 좋은 현상이 아니다. 정부가 연간 예산 계획을 부실하게 짰거나 경제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추경을 편성하면 그만큼 부채가 늘어나고, 결국 국민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풍년'이 지속돼 올해 추경은 국채 발행이 필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정부 계획보다 세수가 약 10조원 더 걷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1분기(1~3월) 기준 국세 수입은 6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조9000억원 늘었다. 정부가 올해 목표한 세수 대비 실제 걷힌 세금 비율인 세수진도율은 28.8%로 지난해보다 1.4%포인트(P) 상승했다.
그러나 세수 호황이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예컨대 국내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법인세가 줄어들어 당장 세수에 차질이 생긴다.
추경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재정 건전성은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나랏빚이 적지 않은 데다 우리 경제에서 정부 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매년 대규모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에서 정부 재정이 기여하는 수준을 나타내는 재정 기여도는 0.8~0.9%P 수준이다.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이 가운데 3분의 1 가량을 정부 재정으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면 그만큼 경제 성장이 더뎌지는 상황이다.
국가 부채는 지난해 140조원 급증, 처음 1400조원을 넘겼다. 기재부의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채무(국채 발행 등으로 국가가 실제로 진 빚)와 앞으로 지급해야 할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을 현재 가치로 추정한 연금충당부채를 더한 국가 부채는 143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국가 채무는 지난해보다 45조원 늘어난 682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이 가운데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는 39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9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아직 재정 건전성은 양호하지만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국가 부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