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은 '로봇'을 4차 산업혁명 대응 3대 전략 연구 분야로 설정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로봇 시대'라 할 정도로 로봇 개발과 활용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KERI는 로봇에서 인체의 심장과 관절에 해당하는 스마트 모터, 정밀 제어 부품을 집중 연구개발(R&D)할 계획이다. 기존 전기에너지 응용 기술의 일환으로 개발한 전동력 모터와 드라이버·제어시스템·센서·신경망구동장치 등을 활용해 로봇용 초정밀 서보 모터, 공작기계용 정밀제어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등 KERI만의 특화 로봇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KERI와 로봇은 얼핏 보면 연관성이 적어 보이지만 KERI는 이미 로봇에 적용되는 정밀 전기, 전자, 기계, 제어 부품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3년 전부터 톱다운 과제로 추진한 '로봇용 스마트 액추에이터 개발'이 대표 사례다. '스마트 엑추에이터'는 모터·제어기·감속기·센서 등 일련의 정밀제어 부품을 모듈로 만든 것으로, 로봇팔에 적용된다.
KERI는 자체 최적 설계 기법을 적용해 출력 밀도 0.4W/g, 출력 토크 0.67Nm/kg를 나타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출력밀도·고토크 스마트 액추에이터 개발에 성공했다. 스마트 액추에이터를 상용화하면 국내 로봇 및 공작기계 산업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공작기계용 제어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작기계 가공 및 조립 기술은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근접했다. 생산 규모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핵심 부품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한다.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범용 공작기계 시장도 중국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KERI는 공작기계 정밀제어시스템 구축의 토대인 '개방형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하고, 개방형 네트워크 기반의 '서보·스핀들 드라이버'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한 드라이버는 로봇, 3D프린터, 반도체 설비 제어시스템에 적용 가능하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한 핵심 장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장시간 신뢰성 시험을 거쳐 현재 상용화 전 단계다.
구축한 플랫폼은 공작기계는 물론 산업자동화 전반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개방형 플랫폼으로 고성능 서보와 스핀들 드라이브 기술을 개발, 공급할 수 있다.
KERI는 지난 3월 인더스마트, 중앙보훈병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대병원과 '스마트 의지 개발을 위한 R&D 협약'을 체결하고 의수·의족 등 장애인이 착용할 수 있는 로봇 의지 개발에 착수했다.
이 밖에 로봇용 모터와 전기자동차에 적용 가능한, 미래형 첨단 구동장치 '인휠 전동기'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KERI는 올해 로봇 구동용 스마트 액추에이터, 근관절 운동용 등속시스템, 협업 로봇용 서보 및 상위 제어, 컴퓨터수치제어(CNC) 응용 소프트웨어(SW), 근력 증강 및 전동 의족용 고출력 액추에이터 등을 중점 개발한다. 스마트 액추에이터와 서보의 경우 기술 완성도를 높여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로봇·자동화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제조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구비를 집중 투자, 전기·열·기계 상으로 동일한 환경에서 외국 선도기업 엑추에이터보다 토크 밀도와 출력 밀도가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개발 완료한 기술은 기업에 이전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자동차 및 전자기기 등으로 응용 분야도 확대해 나간다.
박경엽 원장은 “모터와 정밀 제어부품 개발에서 중장기로 로봇 운영 시스템까지 개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첨단 로봇 기술을 확보해 로봇, 공작기계 및 조선업 경쟁력 향상과 국방 기술 자립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