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지속 가능한 자원정책 필요하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6102_20170525135401_731_0001.jpg)
1962년에 끝도 없는 적색 사막이 펼쳐진 서호주 필바라에서 엄청난 규모의 철광석 부존 지역이 발견됐다. 해안으로부터 290㎞나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철광석을 캐내 배에 실어 수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광산부터 운송 수단까지 모든 것을 전부 건설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모한 도전에 나서 성공한 기업은 영국과 호주에 기반을 둔 광산 기업 리오틴토였다. 리오틴토는 이곳에서 철광석 생산에 성공했다. 필바라의 철광석 수출은 당시 우리나라에도 큰 의미가 있었다. 박태준 포스코 전 회장이 1971년에 아직 짓지도 않은 포스코(포항제철)의 한국 최초 용광로에 투입할 철광석을 확보하기 위해 리오틴토와 미리 계약한 일화는 유명하다.
세계 2위 광산 기업인 리오틴토는 1876년에 세워졌다. 140년 역사를 자랑한다. 회사가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은 광산 개발 투자를 지속하고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독자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탐사부터 생산까지 평균 20년이나 걸리는 자원 개발 사업은 달리 말하면 인내의 싸움이다.
광물 기업은 수십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 지금처럼 광물 가격이 10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져도 심각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원 시장이 사이클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자원 가격은 고점과 저점을 주기로 하여 지난다. 가격이 고점을 지나면 투자자는 과도하게 투자하고, 시장은 침체된다. 투자도 끊긴다. 그러면 다시 생산 단가가 오르고, 조정기를 거쳐 다시 가격이 상승한다. 자원 시장이 침체되면 그들은 오히려 투자에 고삐를 죈다. 리오틴토는 지난해 자원 개발에 40억달러를 투자했다. 그 가운데 탐사에만 2억달러를 썼다. 호주의 아넘 프로젝트(보크사이트), 몽골의 오유톨고이(구리) 등이 대표 프로젝트다. 리오틴토는 계속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시선을 돌려보자. 경제 성장을 위해 자원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철강, 전자, 중화학 등 제조업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원의 안정 공급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원 수급 관련 위기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자원을 안정 확보하려면 첫째 자원 기업의 대형화가 필요하다. 대형화가 되면 자원 개발 공기업과 민간 기업에 산재해 있는 탐사·개발 역량을 결집, 자원 확보 비용 절감과 함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일본은 2004년 석유공단과 금속광업사업단을 통합한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지원기구(JOGMEC)를 발족시키고 자원의 안정 공급을 위한 공기업 기능을 확대, 강화시켰다. 또 민간 기업도 정부의 자원 기업 대형화에 적극 동참했다. 신니혼석유와 신닛코홀딩스는 2010년 합병을 통해 JX홀딩스로 출범, 탐사·개발·가공·판매의 일관 구조를 갖춘 일본 최대 석유 기업으로 도약했다.
둘째 소프트웨어(SW)에 해당하는 인력, 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자원 기업의 최대 자산은 탐사와 개발 전문 인력이다. 국가 사업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전문 인력 1만명 정도는 육성해야 한다. 에너지대학·광물대학과 같은 자원 특성화 대학을 지속 확대하고, 학생을 해외 자원 개발 현장에 파견시켜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대표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의 기술 인력은 3만3000명, 셰브론은 2만6000명, 일본 미쓰비시는 1500명이다. 한국은 광물자원공사를 포함해 자원 개발 공기업과 민간 기업 모두 합해도 500명이 안 된다.
마지막으로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자원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려면 성공 가능성이 보여야 한다. 글로벌 자원 기업의 탐사 성공 확률은 20~30% 수준이다. 한국은 10~20%로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자원 개발에 나서려면 정부가 리스크를 낮춰 줘야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자원 자급률이 낮지만 자원 확보 적극 전략을 구사한다. 누가 더 절박하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정권과 무관하게 꾸준히 대비했고, 우리는 대비하지 않았다. 그 차이가 계속 자원 안보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부디 정책 책임자와 전문가가 지혜를 모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자원 정책을 수립해 주길 당부한다.
강천구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kkgg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