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J노믹스, 1단계 로켓 점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인 이른바 '제이(J) 노믹스'를 지휘할 틀이 갖춰졌다. 방향도 잡혔다. 로켓으로 보면 1단계가 막 점화된 셈이다. 지난 24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이 그 상징이다.

J노믹스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이 강력한 지휘권을 갖되 여당 의원을 대거 전면에 포진, 행정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당정 협력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소라고 봤기 때문이다. 전·현직 의원들이 청와대에 다수 입성한 것도 이례다. 먼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위원장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를 구성, 공공 부문의 일자리 창출 실행 계획을 중심으로 한 국정 5개년 계획과 재정 지출 및 세정개혁안을 짜도록 한 것이다. 당정의 최상위 컨트롤타워다.

그러나 이러한 중장기 계획과 단기 실행안의 확실한 추진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전방위로 지휘권을 발동하는 시스템은 더욱 특별하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다. 여당의 4차산업혁명신성장위원회가 자연스럽게 지원 기구로 뒤에 포진하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민경제자문위 부의장은 합리 성향의 진보 진영과 개혁 성향의 보수 진영이 어울려서 새 정권의 경제 철학인 경제민주화를 강력히 밀고 나가되 한 방향으로 쏠리거나 과격화되는 것을 자동 제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용량이 큰 마력의 엔진을 단 '일자리 중심 행정체계' 로켓을 제대로 띄우는 역할은 내각 경제팀의 총책인 경제부총리가 맡는다. 정책 엘리트들을 움직이는 관료 시스템에서 개혁 동력을 찾는 일도 그의 몫이다.

이제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이 J노믹스의 3대 키워드라는 게 분명해졌다. 이들을 실은 로켓에 막 불이 붙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국정 농단 사태로 얼룩진 재계가 삼성그룹을 스타트로 하청기업 상생 협력 사업, 인재 육성 사업, 사회 공헌 활동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를 상징한다.

다만 1단계 로켓은 시작에 불과하다. 추진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국민 생활에 와닿는 2단계로 가려면 임계점을 넘어야 한다. 추진력은 정책과 전략의 일관성에서 나오고, 이것이 국민 체감형 수치로 나타나야 한다. 경제는 결국 수치가 말해 준다. 지금부터는 임계점과의 전쟁이다.

미국과 일본의 예를 들어 보자.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오마바 케어 처리를 포함해 정책 부조화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 언론들은 “트럼프노믹스는 왕을 보필하는 신하들의 제안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워싱턴에는 이코노미스트가 없고 대통령은 기업 대표들 얘기만 듣는다”는 등 폄훼 일색이다.

심지어 승자와 패자만을 구별하는 약삭빠른 협상자라며 이를 '보드룸(중역회의실) 자본주의'라고 낙인 찍는다. 이에 반해 일본 언론들은 경제와 금융 측면에서의 모순, 방향감 없는 발언 등으로 내각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무역 적자 삭감' '달러 약세 유지' '저금리 지속'이라는 3개 항목에 대해 한 방향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40% 초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노믹스 1단계 로켓은 아직 불완전 연소 상태에 있다.

한편 일본 아베노믹스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지난 4년 동안 다단계 로켓을 쏴 올렸다. 끊임없는 경제 대책과 부흥 전략을 아베 신조 총리가 선두에서 지휘했다. 2020년 도쿄를 4차 산업혁명의 모든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실험장으로 만들고, 2030년에는 일본 전체를 가장 안전하고 안락하고 살기 좋은 나라(소사이어티 5.0)가 되게 하겠다는 포부를 그리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경제 독트린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아베는 지지율이 너무 높으면 매우 낮은 지지율로 급전직하할 수 있다는 경험칙을 바탕으로 2단계 로켓을 고지지율의 순항에 초점을 맞췄다. '주가 상승=고지지율'이라는 정치·경제 등식을 만들었다. J노믹스는 국가 총력 체제로 출발했다. 지지율은 더할나위 없이 높다. 동력은 충만하다. 지금부터는 꼼꼼한 인사, 명확한 로드맵, 책임 및 투명 행정이 가세해야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곽재원의 Now&Future]J노믹스, 1단계 로켓 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