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공부하는 미래 후배들을 위해 중이온가속기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성공적 시설 구축으로 조금이라도 우리나라의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권영관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 장치구축사업부장은 자신의 일이 가진 무게 탓에 편히 잠을 이룬지 오래라고 했다. 그가 관여하고 있는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시설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것으로 평가된다. 엄습하는 책임감을 말로 다할 수 없다.
라온에 대한 권부장의 애착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권 부장은 학부시절 핵물리학을 전공했다. 연구에 중이온가속기가 필수적이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는 시설이 없었다. 일 년에 4개월가량은 일본 도쿄대 핵과학연구소에서 신세를 져야 했다.
“선수가 있는데, 운동장은 없는 꼴이었습니다. 무시를 당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설움과 아쉬움이 섞인 나날을 겪어야 했습니다.”
원하는 시점에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할 수 없다는 한계, 배정받은 시간에 시설 이용을 마쳐야 한다는 압박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더 큰 것은 부러움이었다. 그가 본 일본 학생들은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한 연구 많은 부분에서 혜택을 받았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저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의 경험 때문인지 그는 어느새 실험 장비인 '다목적 스펙트로미터(코브라)'를 개발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코브라는 중이온 빔을 이용해 희귀 동위원소를 검출한다. 중이온가속기 시설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없으면 우리가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이었다. 꿈을 펼칠 기회도 이맘때 찾아왔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이 논의되고, 꿈에 그리던 중이온가속기 구축도 결정됐다. 2012년 권 부장에게 중이온가속기 장치구축에 함께 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도 왔다. 과거의 설움을 자신의 대에서 끝내는데 일조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합류 후가 편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중이온가속기 사업단 인원은 7명이었다. 현재 135명에 이르는 인원이 확보되기까지 숱한 어려움과 부침이 이어졌다.
다행히 지금은 중이온 가속기 구축을 위한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발목을 잡던 문제들도 속속 해결되고 있다.
“중이온가속기 구축을 단군이래 최대의 국가 과학기술 사업이라고 하는데, 백지에서 지금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어 기쁩니다.”
앞으로 그의 꿈은 두 가지다. 중이온가속기 구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게 첫 번째다. 다음은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원 없이 연구를 하는 것이다. 현재 부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지만 언제나 연구에 목말라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 연구실에서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연구자가 보행기를 끌고 다니면서 연구를 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면서 “몸과 머리가 허락되는 한 나 역시 그렇게 연구하면서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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