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DD) 보복 완화 조짐에 유통과 가전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중국이 우리 새 정부 출범 이후 보복 수위를 완화하고 있지만 제한적 해제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대형 여행사들은 한국 여행 금지령이 풀릴 것을 기대하고 중국인들의 한국 비자 발급 업무를 재개했다. 까다롭게 적용하던 통관 제재 역시 사드 갈등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다.
한국 업체들을 대하는 중국 지방정부 분위기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최근 들어 한국 업체 또는 기관과 사드 갈등으로 지연됐던 협력 사안을 다시 하자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개별 비자 신청 수는 하루 평균 200여건으로 급감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뒤로 최근 하루 평균 400여건으로 늘었다. 사드 보복 이전인 800~1000건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가전업계는 중국 유통채널에서 프로모션을 재개하거나 재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사드 보복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휴롬은 내달 20일까지 중국 제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에서 원액기 등 주방가전 제품을 1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뿐 아니라 중국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지원 등 오프라인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징둥닷컴은 매년 설립기념일인 6월 18일 전후로 연중 최대 가전 할인 행사를 전개한다. '6·18 대전'은 광군절(11월 11일) 행사만큼 중국 소비자에게 인기를 끄는 프로모션이다.
징둥닷컴의 대규모 할인행사에 삼성전자 제품도 등장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내달 20일까지 이벤트 페이지에서 삼성전자 공기청정기와 세탁기, 냉장고를 구매한 고객은 30~50% 할인 혜택과 소정의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휴롬뿐 아니라 쿠쿠전자와 쿠첸 등 중국 의존도가 컸던 중견업체도 한중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에서 오는 연락이 많아지는 등 이전보다 분위가가 완화된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 반대에 대한 입장이 변함없는 만큼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사드 보복 대표적인 피해사례로 꼽히는 롯데마트 영업정지가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롯데마트 99개 점포 가운데 74개는 강제 영업정지 상태며 13개는 자율휴업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한중관계 개선 분위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영업정지에 대해 상황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