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딥 체인지(Deep Change)' 방향을 제시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딥 체인지 1.0으로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의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면서 “이젠 지속 성장을 위해 경영전쟁터(Battle Field)를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옮기는 딥 체인지 2.0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선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딥 체인지를 보여 준다. 딥 체인지는 SK그룹이 성장 정체에 빠진 그룹과 각 사 단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해 최태원 회장이 도입한 경영법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화학 분야에 집중 투자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구조로 변화 시키겠다”면서 “2014년말 8조원에 육박하던 순 차입금을 1조원 미만으로 줄이는 등 새로운 성장을 위한 충분한 체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김준 사장은 딥 체인지의 방향으로 안하던 것을 새롭게 잘 하는 것과, 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 하는 것 두 가지를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 사업과 수익구조를 아프리카 초원에 적합하게 탈바꿈 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량을 지난해 말 기준 1.1GWh 수준에서 2020년에는 10GWh로 늘린 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30%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한번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18년까지, 700㎞까지 갈 수 있는 배터리는 2020년 초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화학 사업은 현재 같은 국내 생산 중심, 기초 화학제품 (Basic Chemical)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제한적인 성장에서 탈피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내수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지 중심 생산 능력 확보 △고부가 분야인 포장재와 자동차 용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필요한 M&A는 과감하게 실행하고 이미 고부가가치 패키징 분야 기술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EAA사업 인수를 진행 중에 있다.
석유사업은 동북아-동남아-중동을 연결하는 이른바 3동(東) 시장에서 생산-마케팅-트레이딩 연계 모델을 개발하고,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이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동북아에서는 원유 공동 조달과 반제품 교환(Swap) 등 수급 분야에서 협력 모델을 찾고, 북미에서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것도 추진할 예정이다.
석유개발사업(E&P)은 저유가로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저유가에서도 사업기회가 존재하는 만큼 전통자원은 베트남, 중국 중심으로, 비전통자원은 북미에서 균형 잡힌 성장 기회를 모색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현지에서 셰일 자원을 생산 중이며 올 초에는 석유개발사업 본사를 미국으로 옮긴 바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