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기 내각]'실세 정치인 장관'으로 국정 장악력 높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추가 장관 인선에 더불어민주당 현직 의원을 대거 내정했다. 집권여당 의원을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에 차출한 것은 민주당 중심으로 책임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간판 스타를 기용해 소수 집권 여당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극복한다. 정부 출범 초기 개혁 드라이브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의지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에는 현역 의원이 내각 장관을 겸직하면서 사실상 '의원내각제' 형식을 빌어 운영된다. 실무 자리인 차관급에는 고위 공무원을 기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첫 조각에서는 현역 의원이 배제되는 분위기였다. 최근 인사 검증 논란 등으로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자 전·현직 여당 의원을 후보군으로 지명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현직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장관 후보자로는 가장 안전한 카드로 꼽힌다. 이미 상임위 활동 등으로 정무능력을 검증받은 여당 의원을 선임하면 야당의 인선 반대 기조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내정된 장관 4명은 정당정치를 강조하는 대통령의 철학을 강조한 인사”라며 “당을 포함해 여러 경로로 추천 받은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날 인선된 4명의 장관 후보는 민주당 내에서도 간판 스타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이른바 '실세 의원'을 통해 개혁 드라이브를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추가 장관 인선에서도 의원 입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정부의 내각 구성에는 지역 안배 원칙도 철저히 준용됐다. 이날 인선된 4명 모두 출신지가 다르다. 김부겸 행자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 상주, 도종환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충북 청주,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전북 정읍,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부산이다. 영남과 호남, 충청, 수도권 출신 인사를 고르게 내각에 포진시켰다.

여성 장관 후보자도 포함시켰다. 김현미 의원은 국토부 장관으로는 하마평이 오르지 않았던 인물이다. 파격 인선으로 칭해진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며 “내각에 여성 30%를 임명하겠다”고 공약한 것과 연계된다. 앞서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에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비롯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여성 인사를 지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내각 인사를 단행한 것은 전날 직접 입장 표명을 하면서 내각 인선의 물꼬가 트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인사청문 대상자 의혹과 관련해 국민과 야당에 양해를 구했다. 대선 때 공약한 인사원칙에 후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이낙연 후보자 인준 절차가 진행되자 내부 검증이 끝난 인사를 순차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현역 의원 중심으로 장관 인사를 단행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새 정부 인사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내정된 이인걸 행정관은 이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 행정관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임을 인정, 사과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옥시 측 변론을 했다는 보도 등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앞서 이 내정자는 대형 로펌 김앤장 변호사로 근무하던 중 최순실 사건에 연루된 롯데그룹의 변호를 맡아 논란이 됐다. 최순실 사건 수사 당시 롯데그룹의 K스포츠재단 70억원 추가 출연을 총괄한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의 변호인으로 검찰 조사에 입회한 전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내에선 의혹의 중심에 있는 사건의 변호를 한 인물이 반부패비서관실의 선임행정관을 맡은 데 대해 부적절한 인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내정자는 검사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에서 정부 대리인으로 참여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내정자는 “앞으로 국민 여러분의 비판과 우려를 가슴에 새기고, 신중히 업무에 임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나라를 나라답게' 바꾸고자 하는 철학에 깊이 공감하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 절차도 매끄럽지 않았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는 서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결정을 하루 뒤로 미뤘다. 일부 의원이 서 후보자의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해명이 불충분했다고 지적, 관련 자료를 추가로 요청하면서 연기됐다.

서 후보자 측은 이날 오후 해당 자료를 정보위에 제출했지만 정보위는 자료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 전체회의를 31일 오후로 연기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안 국회 표결도 31일로 예정됐다. 야당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반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은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총리 인준안은 재적의원 과반(150석) 출석에, 출석 의원이 과반 찬성하면 통과된다. 민주당(120석)과 정의당(6석)이 전원 찬성표를 던진다면 국민의당에서 24표만 찬성표가 나와도 인준에는 문제가 없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