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깔린 기존 전기차 충전기보다 충전 속도가 두 배 빠른 충전기가 나왔다. 최신 전기차 급속충전에 40분이 소요됐다면 이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국내외 전기차 업계가 차량 자체 급속출력을 늘리는 추세다. 전기차 이용자뿐 아니라 신속한 충전이 요구되는 주유소 업계 등도 충전서비스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고출력 충전기 시장성이 기대된다.

시그넷이브이(대표 황호철)는 승용 전기차용 100㎾급 급속충전기 '파워 쉐어링(Power Sharing)'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를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급속충전(배터리 용량의 80%)까지 40분 넘게 소요됐지만, 20분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충전기로 두 대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하면서 출력량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두 대 전기차 동시 이용시 충전이 시급한 차량에게는 더 많은 양의 전기에너지를 충전한다. 파워 쉐어링 가격은 50㎾급 급속충전기를 두 개 합친 것보다 저렴한 3000만원 중반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급속충전 출력량은 아이오닉 일렉트릭(100㎾)을 제외하고 GM 볼트(50㎾), 기아차 쏘울EV(70㎾), SM3 Z.E.(46㎾), i3(50㎾) 등 대부분이 100㎾ 이하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S(125㎾)나 닛산 신형 리프(150㎾)를 포함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올해부터 출시하는 전기차 대부분은 100㎾급 이상 급속충전이 가능하다. 이에 환경부와 한국전력 등이 전국에 구축하는 공용 충전인프라 급속충전기를 종전에 50㎾급에서 100㎾급 제품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파워 쉐어링은 글로벌 충전규격인 일본 '차데모(CHAdeMO)'와 미국·유럽 전기차 다수가 선호하는 국제표준(ISO) '콤보(TYPE1)' 등 국제 규격을 지원한다. 고주파 스위칭 알고리즘을 적용해 병렬연결이 가능한 모듈화 방식으로 안정적 출력은 물론 구축 환경별로 손쉬운 출력용량 확장에 유리하다. 모듈 방식으로 개발돼 제품 크기는 같은 규격 제품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면서 가격도 경쟁제품에 비해 20~30%가량 저렴하다.
이충렬 시그넷이브이 본부장은 “파워 쉐어링은 올해부터 출시되는 고출력 승용 전기차를 대비한 멀티형 충전기로 이미 일본과 유럽 전기차 제작사 공급 의뢰가 진행 중이다”며 “국내 최초 모듈화 설계로 부피가 작고 가격경쟁력도 높은데다 사용자가 충전량을 설정할 수 있고, 충전설비와 충전기도 별도로 설치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