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반 정책수행 책임질 차관에 정통 관료 6인 임명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6개 부처 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전날 장관급 인사에 현직 의원을 대거 내정한 것과 달리 차관급에는 국가고시 출신 정통 관료를 기용했다. 이번 주 한두 차례 추가 차관인사가 예상된다. 각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을 적극 기용, 시급한 국정 현안을 처리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내부 검증 과정이 완료되는 순서대로 순차 발표한다”면서 “장관은 인사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실무차원에서 차관급을 먼저 임명, 업무 현안을 파악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증세 최소화할 정책 입안 적임자'

고형권 차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0회로 기획예산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기획예산처 정책기획팀장, 재정총괄과장, 대통령실 국책과제비서관 등을 거쳤다. 몽골 재무장관 자문관으로 파견돼 몽골 국가발전 전략 수립에 기여한 이력도 있다. 이후 기재부 성과관리심의관, 정책조정국장,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 기조실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정책기획통이자 국제금융 전문가로 통하지만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예산편성 업무까지 두루 경험했다. 2차관 업무와 조화가 기대된다. 실무자 시절부터 보고서를 잘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업무 스타일은 창의적·합리적이라는 평가다.

고 차관은 문재인 대통령 주요 공약 이행을 위한 경제 정책 수립·추진, 타 부처와 정책 조율 등에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면 과제는 하반기 발표 예정인 세법개정안이다. 증세를 최소화하면서 주요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재원 마련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한 실효세율 인상안 도출이 예상된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유리천장 깬 정통 관료'

박춘란 차관은 대학과 지방교육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정통 관료다. 교육부 내 '여성국장 1호'로 유명하다. 경남 고성 출신 박 차관은 진주여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3회로 교육부에 들어와 2005년 만 40세에 정부 최연소 여성 부이사관에 올랐다. 2년 뒤 교육부 첫 여성 국장에 발탁됐다.

교육부 정책기획관과 대학정책관, 평생직업교육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 교육청 부교육감으로 활동했다. 박 차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각 30%를 여성으로 등용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여성 인재 채용에 나서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관료 중 한명이다. 교육부 내에서도 유능한 '여성 인재'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박 차관이 임명되면서 교육부는 4년 6개월 만에 관료 출신 차관을 배출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관료 출신 차관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장기 관점의 백년지계를 세우기 위해 정치인이 아닌 관료 출신 장·차관을 기다렸다. 박 차관이 교육의 틀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조현 외교부 2차관…'다자외교 실무 경험 풍부'

조현 차관은 1957년 전북 김제 출신으로 외무고시 13회로 외교와 인연을 맺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파견 근무를 거쳐 주UN대표부 대사를 지냈다. 이어 다자외교조정관을 거치는 등 외교 실무 전문성을 갖췄다.

외교부 본부 고위직 중에서 경제외교조정관과 함께 다자외교 실무를 총괄하는 다자외교조정관을 경험했다. UN에서의 한국 외교 군축 문제 등을 총괄하며 국제관계 경험을 쌓았다. 청와대도 인선 배경을 통해 다자외교에 관한 전문성과 실무경험이 풍부한 정통 관료임을 부각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다자외교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매번 인사 때마다 2차관 물망에 올랐다. 이번 인사도 예상됐다는 게 주변 평가다. 합리적이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로 외교부 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남북 대화 물꼬 틀까'

천해성 차관은 통일부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대북 온건파로 대북 대화를 이끌 인물로 주목받는다. 천 차관 임명으로 향후 대북 대화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에서 태어난 천 차관은 영등포고와 서울대 공법학과·행정대학원(석사)를 졸업하고 행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 정책담당관, 남북회담 기획부단장 등을 지냈다. 통일부 대변인, 통일정책실장, 남북회담본부 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청와대는 천 차관이 대표적인 통일정책 및 남북회담 전문가라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심보균 행정자치부 차관…'중앙·지방정부 경험 풍부'

심보균 차관은 1961년생으로 전북 김제 출신이다. 전주고, 서울대 영어교육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행시 31회로 공직에 첫 발을 딛었다.

옛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국장,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지방자치발전기획단장, 행정자치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심 차관은 지방자치와 분권 관련 다양한 정책부서를 두루 거쳤다. 지방자치단체 일선 현장 경험도 보유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광역자치단체 근무 경험을 살려 균등 발전을 가능하게 할 적임자다.

업무 몰입도가 높아 '워크 홀릭'이라는 평도 받는다. 성품이 온화해 부처 내외와 국회에서 평이 좋다.

전날 대구경북(TK) 출신 김부겸 장관 내정에 이어 호남 차관을 임명해 지역 안배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심 차관은 향후 지역균형발전과 정부3.0 고도화, 전자정부 패러다임 전환 등을 이끈다.

◇맹성규 국토교통부 2차관...'교통·물류 전문가'

맹성규 차관은 대중교통·항공·철도 등 교통물류 분야를 두루 거친 관료다. 최근에는 강원도 경제부지사를 지냈다. 차관 인사 전부터 교통물류를 책임지는 2차관 적임자로서 가장 많은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다.

인천 출신인 맹 차관은 부평고와 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 석사와 캐나다 맥길대 법학 석사, 항공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31회로 공직 입문 후 고속철도과장, 육상교통기획과장, 항공안전정책관, 국토교통부 종합교통정책관, 교통물류실장 등 교통·물류 분야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부 내에서 교통·물류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맹 차관은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이 강한 인물로도 정평이 났다. 정치 출신의 장관과 보조를 맞춰 정책을 꼼꼼하게 챙겨줄 적임자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