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이 주문 제작해 사용하는 고가 인이어 모니터를 대중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김흥성 참소리 대표가 지난 2월 회사를 세우면서 가진 꿈이다.
방송 무대에 서는 모든 가수는 인이어 모니터(IEM)를 찬다. 열광하는 팬들 함성에도 반주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아직은 가수나 음악 마니아만의 전유물에 가깝다. 백만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 탓이다.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사업이 바로 보급형 개인 맞춤형 이어폰이다.
김 대표는 같은 꿈을 꿀 드림팀을 찾았다. 맞춤형 제작에 특화된 3D프린팅 업체가 눈에 들어왔다. 소리 전문기업 보청기 업체와 융합하면 세상에 없는 최고 제품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곧바로 국내 3D프린팅 피규어 제작 1위 기업 이오이스, 보청기 핵심 기술을 보유한 비에스엘을 한 식구로 껴안았다. 이들과 공동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소리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3D프린팅과 보청기 업계 '타짜' 업체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손발은 착착 맞았다. 이오이스는 사용자 양쪽 귀 형태를 실리콘으로 정교하게 제작한 뒤 3D스캐너를 이용해 스캔파일로 전환한다. 3D프린팅을 거쳐 이어폰 셀이 만들어진다. 이를 보청기 업체에 넘긴다. 비에스엘은 셀 내부에 이어폰 드라이버를 삽입한 후 제품을 완성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청기 알고리즘 특허를 갖고 있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세계 일류기업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최근 첫 작품을 선보였다. 야심작 '저스트핏(JUSTFIT)'이다. 가격을 20만원 초중반대로 내렸다. 일반 인이어 모니터 대비 5분에 1 수준이다. “돈벌이보다는 대중화가 우선”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대표 관심은 온통 소음성 난청 문제를 해결하는 데 꽂혀있다. 그가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개인 맞춤형 이어폰 개발에 나선 이유다. 그는 10~30대 소음성 난청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양쪽 청력 손실로 내원한 10~29세 환자 수는 2015년 4173명에서 지난해 4326명으로 증가했다.
이어폰 볼륨을 지나치게 키우는 게 원인 중 하나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이어폰을 귀에 꽉 끼어도 주변 소음이 들린다. 방해받지 않고 음악을 듣기 위해 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개인 맞춤형 이어폰은 사용자 귀 안에 완벽하게 맞춰지기 때문에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음악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소음성 난청 예방과 치료에 안성맞춤이다.
김 대표는 도전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20년 넘게 유력 일간지, 방송국에서 기자로 취재현장을 누볐다. 현재 한림대 학생들에게 당시 경험을 알려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분야를 가르친다. 그는 다시 무대를 넓혔다. 서울 동대문에 가상현실(VR) 체험존을 국내 최초로 연데 이어 이어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소음성 난청 문제를 한 방에 잡는 국민 이어폰을 만들고 싶다”며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