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이 배경이다. 1982년 개봉했으니 40년가량 미래를 내다본 것이다. 사실 1980~1990년대만 해도 2000년대는 어딘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시대였다.
맨 앞 숫자 '2'가 주는 힘은 컸다. 상상만 하던 많은 일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기술이 실현된 게 적지 않다. '빽투더퓨처2' 배경도 2015년이었다. 이 영화에는 3D 영화,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드론 카메라, 가상현실(VR)이 등장한다. 대부분 이미 상용화했거나 근시일 안에 만나볼 수 있는 기술이다. 빽투더퓨처2를 만든 게 1989년이니 예측이 상당히 정확했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거나 한참 나중을 배경으로 삼는 영화가 많다. '2020 우주의 원더키디'는 일본이나 미국 영화 같지만 한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1989년 당시로는 거금인 10억원을 투자했다. 등장인물 이름을 모두 영문으로 만드는 등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린 야심작이었다.
등장인물이 자유롭게 우주공간을 비행하거나 인간의 뇌를 로봇에 이식하기도 한다. 굳이 따지자면 3년 후 이런 일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최근 인공지능(AI)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뇌에 직접 접속해 생각을 읽어내고 저장하는 기술 개발을 시도한다는 외신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뇌를 로봇에 이식하는 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2001년이 배경이다. 1968년이라는 제작 시점을 생각해보면 2001년에 고도로 과학이 발달할 것이라는 가정이 이해된다. 영화에서는 AI 컴퓨터 '할 9000'의 도움을 받아 목성 탐험을 떠난다. 요즘 나오는 알파고 같은 AI 컴퓨터지만 기능은 좀 더 뛰어난 것 같다.
할 역시 인간과 대립이 문제가 되며 전력 공급 중단으로 기능이 멈춘다. AI는 항상 인간에게 기대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준다. 앞서 빽투더퓨처2가 2015년을 배경으로 했는데,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같은 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는 탑승자와 일체화가 되는 생체로봇이 등장한다. 지금으로서는 흉내 내기 어려운 먼 미래 기술로 여겨진다. 2019년이 배경인 블레이드 러너에는 외모가 인간과 흡사한 복제인간 '리플리컨트'가 나온다. 생체로봇보다는 복제인간 실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로보캅이 2028년, 터미네이터와 공각기동대가 2029년을 배경으로 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토탈리콜은 2084년, 매트릭스는 2199년이 등장한다.
테슬라를 만든 엘론 머스크에게는 '혁신가'라는 이름과 함께 '괴짜'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일반 사람이 쉽게 하기 힘들 법한 공상에 가까운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엘론 머스크를 보면서 상상력과 과학기술은 서로 꼬리를 물고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공상과학 영화가 기술 개발에 영감을 주고, 이렇게 개발된 기술이 다시 영화에 영향을 주는 순환구조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도 과학적 상상력을 괴짜로 치부하지 않고 귀한 대접을 할 때 더 발전하지 않을까.
※이 기사는 '씨네플레이' 블로그를 참조함.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