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봐선 차로 지나갈 수 없는 험로(오프로드)인데 '쿵덕쿵덕' 소리와 함께 무사히 지나갔다. 차가 옆으로 넘어갈 것 같은 30도 경사 비탈길도 아무렇지 않게 달렸다. 앞뒤로 바퀴가 하나씩 공중에 떠 있어도 아슬아슬한 주행은 계속됐다. 허리춤까지 물이 차 있는 수로도 거침없이 통과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정통 오프로드 스포츠유틸리차량(SUV) '지프'와 함께 경험한 실화다.

5일 강원도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오프로드 행사 '지프 캠프 2017'을 다녀왔다. 올해로 13주년을 맞은 지프 캠프는 그랜드 체로키, 체로키, 랭글러 등 다양한 지프 브랜드 SUV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행사다. 올해는 처음으로 지프 차량 미보유 고객에게도 체험 기회가 제공돼 역대 최대 규모인 1000개 팀이 참가를 신청했다.
FCA코리아는 이번 캠프를 위해 나무다리, 'V자' 계곡, '시소' '트랙션' 등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챌린지 파크', 스키 슬로프를 따라 정상까지 올라가는 '피크 코스', 최강의 오프로더 랭글러로만 도전할 수 있는 와일드 코스' 등 총 16가지 오프로드 코스를 준비했다.

기자는 '랭글러 루비콘 4도어'를 선택했다.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전장 4750㎜, 전폭 1880㎜, 전고 1840㎜ 크기에, 공차 중량이 2175㎏에 달하는 육중한 SUV다. 엔진은 최고 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5.4㎏·m을 발휘하는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제원만 보면 엄청난 성능은 아니지만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세팅임을 실감했다.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외관부터 파워트레인(동력계통), 구동계통, 인테리어 등이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정통 오프로더다. 오토스틱이라 불리는 5단 자동 변속기와 파트타임 사륜 구동시스템인 로드-트랙(Rock-Trac)은 어떤 험로에서도 충분한 주행성능을 과시했다. 노면 상태에 따라 2H, 4H, 4L 등 주행 모드까지 지원한다.

주행 코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오프로드로만 구성됐다. 주행에 앞서 주행 모드를 4L로 바꿨다. 저단 기어로 4개 바퀴를 제어해 오프로드 주행에 최적화하는 것이다. 출발선부터 오프로드는 시작됐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지나 계단형 코스도 일반 언덕처럼 쉽게 통과했다. 30도 가량 되는 비탈길에서는 차가 옆으로 구를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지만 무사히 통과했다.
차가 웅덩이에 빠진 상황을 구현한 범피 코스에서는 바퀴 두 개가 거의 공중에 뜬 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흙무더기를 움푹 패어둔 'V자' 계곡도 큰 어려운 없이 통과했다. '메가 트랙션'이라고 부르는 초고난도 험로에서는 운전대를 인스트럭터(교관)에게 맡겼다. 이 코스는 정상적인 길이 아닌 숲을 헤치며 산을 올라가야 했다. 마치 정글을 연상시키는 코스에서 역동적이면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지프 관계자는 “루비콘은 차축을 잠궈서 바퀴마다 구동력을 일정하게 나눠주는 '액슬록' 기능이 있어서 험로 주행에 특화돼 있다”며 “이 기능을 활용하면 바퀴 하나의 구동력만으로도 험로를 탈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프 캠프는 64년 전통의 세계적인 오프로드 축제로 매년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지프 어드벤처, 잼버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열린다. 국내에서는 2004년 동북아 지역 최초로 시작돼 1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