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사적 자본시장 플랫폼이 베일을 벗었다.
다음달부터 기관과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 증권사 등 전문투자자가 보유한 비상장기업 주식과 벤처펀드 지분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단순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을 넘어 블록체인을 활용, 참여자 간 결제까지 가능한 플랫폼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전문투자자 대상 비상장주식 시장 'K-OTC 프로' 개장을 앞두고 8일 출범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금투협은 K-OTC 프로 플랫폼 개발 경과를 알리고 사용 방법에 대한 동영상을 시연했다. 이달 중 K-OTC 프로를 통해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회원사 모집을 마친 후 다음달 초 정식 개장한다.
K-OTC 프로에서는 모든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기존 장외시장과는 달리 전문투자자들만 참여할 수 있다. 엔젤투자자, VC, PEF, 연기금 등 전문투자자와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추후 K-OTC 프로 내부에서 회원사들이 직접 결제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도입도 추진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직접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기존 상장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우버,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고성장 기업은 상장시장이 아닌 벤처투자와 사모투자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성장자금을 조달했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국내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증권, 은행 등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관련 투자대기자금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K-OTC 프로에서 자금을 수혈받은 스타트업, 벤처기업이 우수인력을 신규 채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도 기대감을 높였다. 우정사업본부,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이날 출범기념식과 함께 열린 국제세미나에 참석해 K-OTC 프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도 K-OTC 프로를 통해 투자기업 회수에 나설 계획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저금리 극복과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대체투자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며 “K-OTC 프로 참여를 긍정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사적 자본시장 활성화가 정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범식 금융발전심의위원장(숭실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금융시장 이용에 따른 기업에 대한 규제가 없거나 적고, 적시에 충분한 자본조달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적 자본시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