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한 달...'통합·개혁'엔 진일보, '4차 산업혁명 대응' 한발짝도 못 나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한 달을 맞는다. 통합·개혁 행보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였지만 4차 산업혁명 등 신성장동력 창출에서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는 평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 국정 표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에도 공백을 메우며 개혁에 속도를 냈다. 국민은 문 대통령에게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6월 1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라고 물은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84%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사인을 받을 노트를 가방에서 꺼내는 어린이를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려줬다. 5·18 기념식에서는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를 안아주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지난 6일 현충일 기념식에서는 고령의 국가유공자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직접 부축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분석이다.

'협치'와 '통합' 행보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야당을 차례로 방문해 새 정부의 국정운영 협조를 구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에 시동을 걸었다. 취임 열흘 만에 여야 원내대표단을 만나 최단기 기록을 세웠다.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좌와 우를 아우르는 '보훈정책'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탈이념적 국민통합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정 운영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와 내각, 청와대 참모진에 국정을 함께 이끌어가는 동지로 예우하며 수평적 리더십을 보였다. 이 총리에게 내각 인선 제청권을 행사토록 하고, 내치에 힘을 써달라고 주문하면서 책임총리제 실현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이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석탄 화력발전기의 일시적 셧다운,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5·18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시,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4대강 사업 감사 등 대선 공약을 구체화했다.

대통령 재량권인 업무지시 형태로 이들 공약을 이행했다. 재벌개혁과 검찰개혁 등 '촛불' 개혁 과제를 뒷받침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5월 13일 후보시절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단과 북악산 산행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5월 13일 후보시절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단과 북악산 산행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한 달간 순항만 이어온 것은 아니다. 인사검증 부실로 조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는 여전히 무거운 숙제로 남아있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삼는 '여야정 국정 협의체' 구상 역시 갈 길이 멀었다.

북핵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외교적 난제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정운영의 틀을 안정적으로 다졌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부 출범 30일을 맞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아직 제대로 구성이 안됐다”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인수위도 없이 출범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재 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관련한 행보는 지난 한 달 간 전무했다.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인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시동조차 걸지 못했다. 후보시절 '4차 산업혁명 추진위원회'를 만들기도 했지만 선거가 끝난 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최근 '4차산업혁명위원회' 구체화 논의에 들어갔지만 준비기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무를 주관할 청와대 참모진 과학기술보좌관도 공석이다. 관련담당 부처 인사도 제자리걸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 남겨놓은 과제를 뒤처리하고 바로 잡기에 한 달의 기간은 짧았을 것”이라며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시장에 맞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발걸음도 재촉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늦어도 이번 주 후반부터는 관련 장·차관 인선에 속도를 내면서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 수립과 현장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