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투자 美 3분의 1· 中 2분의 1...4차 산업혁명 대비 미흡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벤처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의 3분의 1, 중국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창업 생태계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 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주요국 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 (제공=한국경제연구원)
2016년 주요국 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 (제공=한국경제연구원)

8일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 대비 벤처 투자 비중은 0.13%(2조1503억원)로 미국(0.37%)의 35%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 GDP 대비 벤처 투자 비중은 2014년 0.11%(1조6393억원), 2015년 0.13%(2조858억원)로 지난 3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신흥 '벤처 강국'으로 떠오르는 중국 성장세보다도 뒤처졌다. 중국 벤처 투자 비중은 2014년 0.11%(120억달러)에서 2015년 0.24%(260억달러), 2016년 0.28%(310억달러)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벤처 투자 시장 규모는 지속해서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GDP 대비 투자 규모는 미국과 중국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면서 “아시아 최대 벤처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단기로는 국내 GDP 대비 벤처 투자 비중을 중국과 유사한 0.2%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간 벤처 투자 규모를 3조2000억원대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경연은 벤처 투자 시장을 외형·내실 모두 성장시키려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벤처 선진국에서는 금융기업의 투자 대신 CVC가 벤처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CVC는 주로 대기업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대기업 집단 규제 등이 투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대기업 계열 벤처캐피털은 기존에 투자해 온 벤처기업이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되면 공정거래법에 의해 후속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사례로 소개됐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벤처캐피털 투자를 여러 법에 의해 관리하고 있ㄷ”면서 “복잡한 관리 체계와 규제 차익을 해소시키려면 벤처캐피털 규제 체계 일원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