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20년 상표권 사용' 요구안을 조건부 허용했다. 다만 사용요율을 기존 연매출 0.2%에서 0.5%로 상향하고, '일방적 해지 불가'라는 새 조건을 제시했다.
금호산업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액 대비 0.5%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을 조건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허용하겠다고 결의했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산업은행에도 결의내용을 공식 회신했다.

금호산업은 “타 기업 유사 사례 등을 고려한 시장가치, 금호아시아나그룹 외 타 회사에 대한 상표권 부여로 인한 유지, 관리, 통제 비용 증가 및 향후 20년간 독점적 상표 사용 보장 등을 고려해 조건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는 채권단 명의로 '상표권 5+15년' 보장과 '사용료율 연 매출액의 0.2%'를 허용해달라는 공문을 금호산업에 보낸 바 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중국을 포함한 해외법인이 매출액 1%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불한다. 주요 경쟁사도 국내 계열사 0.4%, 해외 자회사 1% 상표권 요율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르노삼성에 연매출의 0.8%, 삼성웰스토리에 연매출 0.5% 브랜드 수수료를 받는다.
금호산업은 채권단이 요구한 조건에서 최장 20년 상표권 사용을 보장받으면서 3개월 전에만 일방적으로 서면 통지하면 해지가 가능한 조항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9월 13일 산업은행 요구 조건을 수용해 합리적 수준 요율로 5년 간 비독점적 상표권 사용을 제시했다”면서 “이번에도 최대한 합리적 수준에서 상기와 같이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 측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의 공은 다시 산은 등 채권단에 넘어가게 됐다. 금호산업 이사회 결의사항은 산은이 지난 3월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 당시 체결한 매각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요구안대로 박 회장을 설득하지 못하거나 더블스타와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매각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5+15년 보장' 조항은 더블스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독소조항이기 때문에 산은이 박 회장을 압박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은이 금호산업 조건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미 우선협상대상자 중국 더블스타와 0.2% 고정사용요율과 일방해지 조건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블스타는 주식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이번 결정으로 상표권 관련 쟁점은 산은에게 넘어갔다”면서 “금호산업이 무리한 조건을 내세운 것이 아닌 만큼 산은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